뚱뚱해도 다리가 예쁜 여자?

  • 입력 2007년 11월 7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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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래지만 변집섭의 ‘희망사항’라는 노래 중에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라는 가사가 있다. 뚱뚱한건 싫지만 그래도 다리가 예쁘면 괜찮다는 그 문구를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당시 그런 가사를 썼을까하고 재밌게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그 가사처럼 ‘예쁜 다리’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는지를 최근 들어 새삼 많이 느끼게 된다.

보통 서양 여성들의 체형은 앞의 노랫말과 같은 경우가 많다. 그들을 보면 상체와 엉덩이는 비만이어도 하체는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의 체형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체형이다. 대개 우리나라 여성은 상체는 빈약하지만 엉덩이와 하체는 상대적으로 통통한 편이며 그런 체형의 여성들은 흔히 스스로를 ‘저주받은 몸매’로 표현하며 성형외과를 찾곤 한다.

눈이나 코와 같은 부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아름다움을 논하는 기준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부위로 이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져왔다. 또 유행에 따라 비록 그 기준이 변하기는 하나 이상적인 미에 대한 표준치가 여러 모로 제시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다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예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예쁜 다리란 이런 것이다’라는 기준은 아직까지 없다. 또 서양 여성과 동양 여성의 신체조건이 많이 비슷해져 가고는 있으나 아직은 엄연히 다른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의 체형에 어울리는 예쁜 다리의 기준이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외래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다리가 못생겼다는 콤플렉스 때문에 치마를 거의 못 입어보고 살아서 한이 된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막상 다리를 보면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전지현이나 옥주현의 다리처럼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날씬하고 매끈해야지만 다리를 내놓고 다닐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너무 감추고 부끄러워하고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럴 때는 상담을 통해 수술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런 면에 있어서 좀 더 당당해졌으면 하는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든다.

세계적인 영화제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은 여배우를 보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빛나는 그들의 외모와 드레스, 헤어스타일, 액세서리에 전 세계인이 집중하고 열광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드레스에 사이로 보이는 다리 모양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창피하다고 긴 치마나 바지로 꼭꼭 숨겨 가리고 다녀야 할 다리들이 상당히 많다. 알통 다리뿐만이 아니라 어깨가 넓거나 가슴이 작고 온 몸에 주근깨가 덮여도 그녀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걸음을 내딛어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가고 그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왜일까? 근육이 불거진 울퉁불퉁한 다리가 그들 눈에는 예뻐 보이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드레스에 어울리게 시원스레 다리를 노출하는 자신감과 그 자신감에 어울리는 태도와 표정 때문일 것이다. 뚱뚱해도 과감하게 가슴과 등을 노출하는 드레스를 입는 서양 여성의 모습을 보고 그저 뚱뚱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더욱 눈부셔 보인다.

나는 진료를 하면서 다리가 못생겨서 평생을 치마를 못 입고 살았다고 하소연하는 여성 환자를 만나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절대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아리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치마를 입으실 수 있을 만큼 예쁘시니 자신감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린다. 그래도 결국 대부분의 환자들이 종아리 성형을 하고 그 후에서야 비로소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기는 하지만 말이다. 종아리 성형술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모순일 수도 있지만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는 다리가 예뻐서라기보다 그 당당함과 자신감 때문에 실제로 예뻐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그런 자신감을 종아리 성형이라는 것을 통해서 갖게 되는 세상이긴 하지만...

성형외과전문의 최규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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