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원초적 본능, 잠을 깨다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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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개봉된 ‘원초적 본능’은 무명에 가까운 샤론 스톤을 일약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4년 뒤 나온 ‘원초적 본능 2’의 한 장면.
1992년 개봉된 ‘원초적 본능’은 무명에 가까운 샤론 스톤을 일약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4년 뒤 나온 ‘원초적 본능 2’의 한 장면.
월하정인은 말 그대로 달빛연인. 초승달이 뜬 새벽녘의 밀회를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조선 후기 평민들의 에로티시즘을 서민적인 멋으로 그려 냈다. 자료 출처 간송미술관
월하정인은 말 그대로 달빛연인. 초승달이 뜬 새벽녘의 밀회를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조선 후기 평민들의 에로티시즘을 서민적인 멋으로 그려 냈다. 자료 출처 간송미술관
《재물, 명예, 음식, 수면, 섹스…. 인간의 오욕(五慾)이다.

이 가운데 섹스(sex)만큼 오묘하고 야릇한 단어는 없다.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수위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섹스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 본성으로 인류 역사와 사람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섹스는 남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의 매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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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속 섹스는 물레방아, 흔들리는 촛불, 난데없이 몰아치는 비바람 등으로 가려졌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은밀하지 않다. 온 가족이 자신의 정체성과 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바람난 가족’, 제목부터 도발적인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등은 현대인의 성(性) 풍속도를 거침없이 보여 준다.

케켈운동법(성적 쾌감을 높이는 운동법)이 여성 잡지에 자세히 소개되고 성인용품 등 각종 성 보조기구의 광고 문구가 붉은빛을 띠며 유혹한다.

섹스어필 광고는 불황을 모른다. 광고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최고의 수단인 셈이다. 은근히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고 문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진짜에 꽂아 줘요.’‘아무 데나 꽂지 마라.’ 이런 광고 카피를 내보낸 모 과즙우유 제품은 무려 10만 개나 팔렸다. 섹스에 대한 잠재적 욕구는 영상이나 사이버 공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남녀의 밀착 댄스, 과감한 노출 의상, 선정적인 포즈는 시청자의 눈을 화면에 고정시키는 것은 물론 다음 날 포털 사이트의 핫뉴스로 떠오른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조르주 바타유는 20세기 중반 “에로티시즘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어떤 것”이라면서 “인간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파고든다”고 했다.

‘섹스는 강에 비유할 수 있다. 너무 세차면 범람하고 생명을 파괴하지만 알맞은 양이면 생명을 풍요롭게 한다’는 유태인 격언도 있다.

적당한 섹스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영국 남성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는 건강과 섹스의 관계를 잘 보여 준다. 45~49세 남성 가운데 10년 동안 주 2회 이상 섹스를 한 남성과 월 1회도 하지 않은 남성의 사망률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후자의 사망률이 전자에 비해 약 두 배나 높았다.

인간에게 섹스는 근원적인 에너지이자 힘든 일상을 이겨 내게 하는 삶의 활력소다. 그래서 섹스는 모든 이의 ‘공통 관심사’이자 남녀의 ‘교집합’이기도 하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사례 1

제정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는 재위 기간에 300명이 넘는 남자와 잠자리를 했다. 숫자도 대단하지만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여제의 양옆에는 섹스 파트너가 될 남자의 성적 능력을 시험하는 여자 두 명이 배치됐다. 당시 호위 장교였던 알렉산드르 란스코이는 23세의 젊은 나이에 고열로 죽었는데 소문이 끔찍하다. 그가 예카테리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음제를 과다 복용하고 섹스를 하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사례 2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합궁할 때는 내시와 상궁들이 밖에서 동서남북을 지켰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내시들은 눈을 뜨긴 했지만 귀를 막았다. 왕비는 교성을 참아야 했다. 왕비는 왕자를 생산하는 존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궁녀들은 왕을 만족시키기 위해 섹스 수련법을 다졌다. 걸을 때는 일부러 발뒤꿈치를 들었으며 연시도 핥아먹었다. 걸레질도 엉덩이를 든 채로 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성(性·sex)은 권력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현대의 섹스에서 일방적 군림은 거의 사라졌다. 파트너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성 상담 게시판에는 이를 증명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남편은 내가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만족하는지에 꽤 민감하게 반응해요. 남편의 기를 죽일 수 없어 만족하는 척하고 연기할 때가 있어요.”(30대 초반 주부)

“눈을 뜨고 아내의 반응을 봐야 안심이 됩니다. 아내의 표정에 따라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꼭 내 능력을 확인하는 것 같아요.”(30대 중반 회사원)

○성의 다양한 의미

성은 남녀의 성별을 구분하는 용어이면서 동시에 성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한자어 ‘성’은 마음 심(心)과 낳을 생(生) 자를 합친 말이다. 마음과 몸을 합친 경지를 뜻한다. 영어 ‘sex’는 ‘자르다’ ‘분리하다’란 뜻의 라틴어 ‘세카레(secare)’에서 유래했다. 본래 남녀가 암수 한 몸이었는데 신의 분노를 사 둘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섹스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3200년경 메소포타미아 석조물에도 나온다. 성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종(種)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도 전인 10억 년 전쯤 생겨난 박테리아들이 어찌어찌해 번식을 시작한 것이 지구 최초의 섹스일 것이다.

인간 역시 구석기 시대까지만 해도 같은 부족 안의 근친상간이 대부분이었다. 부부의 개념도 없었다. 이후 부족들 간의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족외혼이 일반화됐다.

모계 중심 사회였던 신석기 시대까지만 해도 성은 종족 보존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신도 막지 못한 인간의 본능

서구사회에서 섹스에 대한 관념이 형성된 시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깨달은 이 시기에는 공개적인 에로티시즘을 인간의 솔직한 표현으로 생각했다. 누드 조각 예술작품이 쏟아진 것도 이때다. 성의 자유가 성적 문란으로 이어지면서 간통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자 세계 최초의 공창을 만들어 매춘을 합법화하기도 했다.

또 이 시기에는 성인 남자들이 소년들에게 지식을 가르친다는 명분하에 성관계를 갖는 등 남성 동성애가 유행했다.

로마 시대의 성 문화는 여성들의 천국이었다. 특히 귀족이나 부잣집 여자들은 분방할 정도로 성적인 자유를 누렸다.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남편과 쉽게 이혼했다. 남편보다 더 많은 재산권을 갖고 있었다. 엄한 간통법이 있었지만 자신을 매춘부로 국가에 신고하고 법의 단속을 피해가면서 대범하게 성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중세로 들어가면서 성이 종교의 억압을 받으면서 암흑기를 맞는다.

심지어 종족 보존을 위한 성관계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섹스를 하더라도 완전히 벌거벗으면 안 됐다. 낮에도 안 되고, 주일과 휴일에도 금지됐다. 임신 중이거나 달거리하는 여성을 멀리하는 관습도 이때 생겼다.

이런 수많은 금기사항을 어기면 처벌을 받았다. 독일인 주교가 책으로 엮은 ‘성 참회록’에는 “일요일에 아내와 관계를 가졌다면 4일간 빵과 물만 먹으며 회개해야 한다. 자위행위를 했다면 20일간 빵과 물만 먹으면서 회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춘과 포르노가 만연하고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신의 노여움도 인간의 본능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인의 성 의식도 고려시대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왕실에서도 재혼이 가능했다. 왕이 죽으면 왕비는 재가할 수 있었다. 냇가에서 남녀가 같이 목욕한다는 가사도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서양의 중세처럼 성은 금기시됐다. 하지만 이때 성 문화는 이중성을 띤다. 겉으론 ‘남녀칠세부동석’을 운운했지만 정작 사대부 집안의 자제들은 ‘풍류’를 핑계 삼아 기생과 놀았다. 신윤복의 그림에 등장하는 성행위 묘사는 요즘 성인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이며 적나라하다.

○섹스와 건강

‘섹스 다이어트’란 말이 있는데 사실일까. 그렇다. 섹스는 분명 체지방을 줄이는 다이어트의 기능이 있다. 온몸을 강렬하게 움직이므로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또 섹스를 하면 몸의 혈관이 팽창되고 혈액순환 속도가 빨라진다. 이로 인해 신진대사가 촉진돼 몸속 노폐물이 빠진다. 적절한 섹스는 뇌를 자극해 노화와 치매, 건망증, 우울증,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섹스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피부를 젊고 탄력 있게 만든다. 불규칙한 월경주기를 바로잡고, 질 내 건강과 탄력성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남성에겐 전립샘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섹스는 무엇보다 파트너와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감정을 통해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건전한 섹스에 해당하는 얘기들이다. 난잡하고 불건전한 섹스는 오히려 정신을 망치고 때로는 몸까지 망가뜨린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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