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UCC가 ‘제2의 김대업’ 만들지 모른다

  • 입력 2007년 2월 9일 00시 00분


국내 대표적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사이트인 판도라TV 스튜디오에서 어제 여야 대선 주자들을 대상으로 ‘골드채널’ 추첨행사가 열렸다. 국민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골드채널’을 희망하는 주자가 많아 추첨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각 대선주자 진영이 본격적으로 UCC의 바다에 뛰어든 셈이다. 인터넷 TV로 생중계된 추첨 현장은 로또복권 추첨 장면을 연상시켰다. UCC의 위력은 이제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1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인터넷 동영상 전문업체들은 UCC를 활용해 올해 대선을 ‘국민적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거듭 UCC의 ‘네거티브 캠페인 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여학생 성추행 동영상’이 나돌아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동영상은 남자 고교생들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남자 고교생 1명이 치마를 입고 여학생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 고교생들이 “UCC의 문제점을 보여 주기 위해 이런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힌 사실이다. ‘참∼나쁜 동영상’ 하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건이다.

웹 분석 전문기관에 따르면 20, 30대가 UCC 이용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대선을 치르는 19세 유권자만 해도 60만 명에 달한다. 2002년 대선 때 김대업 씨가 병풍(兵風) 자료를 조작해 유권자의 눈을 속였듯이 ‘제2의 김대업’이 나타나 악의적인 UCC 한 건만 만들어내면 대선 판을 흔들 수 있는 환경이다.

더구나 엄격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기존 미디어와 달리 UCC는 ‘사적(私的) 동기와 감성적 호소’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관위가 UCC의 네거티브 효과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고 있다지만 우리가 보기엔 회의적이다. UCC가 없던 과거에도 선관위의 단속은 엉금엉금 기고, 불법선거운동은 훨훨 날았다. 유권자들이 ‘UCC 면역력’을 높여 나가도록 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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