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18>남는 모유 큰애 먹이기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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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입! 엄마, 한 입!” “으응 괜찮아, 엄만 아까 많이 먹었어.” “아빠도 한 입!” “음, 아빠 배부른데….”

승민이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혼자서 먹기가 미안한지 한 숟가락 떠서 나와 아내의 입에 넣어 주며 먹기를 권한다. 그런데 우리는 몸을 사리며 최대한 먹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도대체 아이스크림에 뭐가 들었기에?

승민이가 날마다 간식으로 먹는 아이스크림은 얼린 모유와 과일, 꿀로 만든다. 냉동 모유(100mL)에 딸기(3개)와 꿀(한 스푼)을 함께 넣어 믹서에 갈아서 만든 투박한 얼음과자. ‘유화제’를 넣지 않아 부드러운 촉감도 없지만 승민이는 분홍색의 ‘엄마표’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한다.

시중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유화제는 우리 몸 안에서 발암 성분을 비롯한 각종 유해 성분이 피 속에 잘 녹도록 한다.

이처럼 모유 아이스크림이 탄생한 것은 아내가 둘째 딸을 위해 미리 짜 놓은 젖이 많이 남아서였다. 남는 모유를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우리는 ‘승민이에게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처음에 냉동 모유를 해동해 줬을 땐 시판 우유에 비해 비린내가 많이 나서인지 승민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잘 먹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작품이 아이스크림이다. 아이들은 대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니 말이다. 이로써 승민이는 엄마 젖을 직접 빨아 먹는 것은 아니지만 3년 만에 동생 덕분에 젖을 다시 먹게 됐다.

또 모유를 넣어 만든 쌀죽은 지원이의 이유식이자 승민이의 아침식사다. 조선시대 임금이 먹었다던 우유로 만든 ‘타래죽’이 부럽지 않다.

처음부터 아내에게서 두 아이에게 먹일 만큼 젖이 많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젖은 퍼내면 또 고이는 옹달샘과 같아서 짜면 짤수록 양이 늘었다. 아내는 승민이에게 먹일 젖을 따로 짤 시간이 없어서 지원이가 한쪽 젖을 물면 반대쪽 젖엔 유축기를 댔는데, 이런 방법을 쓰니 젖 짜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지원이 입이 엄마 젖을 자극해서 사출반사가 계속 일어나니 손으로 짜주지 않아도 저절로 젖이 잘 나와 유축기로 짜는데도 양도 많이 나왔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이 골고루 들어있고, 소화흡수가 잘 되는 데다 림프구와 같은 면역성분까지 들어있는 것은 모유 밖에 없다. 모유 덕인지 아니면 가짜약(플라시보) 효과인지 는 모르지만 올겨울 승민이는 감기를 가볍게 넘기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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