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이사장, 黃교수 병실 찾아 크게 다퉈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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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리 교수 집서 대책회의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서울대 안규리 교수의 아파트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던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5일 MBC PD수첩을 시청하던 도중 현관 밖으로 잠시 나오고 있다. 전영한 기자
안규리 교수 집서 대책회의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서울대 안규리 교수의 아파트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던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5일 MBC PD수첩을 시청하던 도중 현관 밖으로 잠시 나오고 있다. 전영한 기자
15일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은 전날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황 교수는 12일 연구실에 복귀한 이후 오전 9시경 병원을 나서 연구실로 갔으나 이날은 오전 10시경 병실에 불을 켰다. 황 교수의 한 수행원은 “오늘 황 교수는 외출하지 않는다”고 간략하게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지 줄기세포 논문 공동저자인 미즈메디병원 노성일(盧聖一) 이사장이 문병을 한 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노 이사장과 황 교수가 서로 싸우는 듯한 고함 소리가 병실 밖으로 들려왔다. 30여 분간 황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노 이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후 황 교수를 방문한 수의대 양일석(梁日錫) 학장과 이병천(李柄千) 교수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8시 40분경 황 교수의 부인은 병실에서 나오면서 “노성일 이사장 말이 사실이냐” “황 교수 상태는 어떤가” “황 교수는 아무 말씀이 없느냐”는 등 취재진이 하는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치는 일이 일어나자 카메라 기자들을 밀쳐내며 승용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황 교수는 이날 오후 9시 반경 병실에서 이 교수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황 교수팀의 일원이자 황 교수의 주치의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安圭里) 교수도 이날 밤 자신의 집에서 연구팀 관계자와 대책을 논의했다. MBC PD수첩이 방영될 당시 황 교수 입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황 교수가 TV를 보면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가 자신감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실소를 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서울대 수의대 황 교수팀 연구실은 보도 내용이 알려지기 전까지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구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취재진은 연구실 문 앞에서 간혹 출입하는 연구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의대 강성근(姜成根) 교수는 지친 표정으로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후 강 교수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불을 끈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날 황 교수의 한 측근은 “황 교수는 ‘명백한 오보로 노 이사장을 만나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생명공학 분야의 한 교수는 “국민 모두가 충격을 받았겠지만 노 이사장이 감정적으로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의 또 다른 교수는 “황 교수가 이제 있는 사실만을 솔직하게 털어놔 이번 논란의 끝을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왕재(李旺載)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황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배아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징계감이며 교수로서 결격사유”라며 “학교가 징계를 하기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대는 1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보도가 나간 뒤 서울대 본부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여는 등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면서 “16일 오전 11시에 조사위원회 운영 방향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연구처를 중심으로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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