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솟아오르나…지구 최연소 화강암 발견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54분


코멘트
김규한 교수
김규한 교수
《‘울릉도가 솟아오르고 한국과 일본이 연결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지만 최근 국내 지질학계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는 시나리오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대전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에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김규한 교수(지구과학 전공)는 “지구에서 가장 젊은 화강암을 울릉도에서 발견했다”며 “이 화강암은 울릉도 해저에 대륙지각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라고 밝혔다. 》

화강암은 대륙의 지각을 구성하는 주요 암석이다. 반면 해양지각은 화강암보다 무거운 현무암이 주성분이다. 따라서 김 교수의 예측에 따라 만일 울릉도 해저에 ‘거대한’ 대륙지각이 존재한다면 수백만년이나 수억년 뒤에는 대륙지각이 떠올라 지금의 동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대륙지각은 해양지각보다 가벼워 조금씩 수면을 향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육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 현재 동해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 교수는 2002년 10월부터 울릉도 나리분지 주변과 석포동 일대에 두껍게 쌓여 있는 화산재와 부석(물에 뜨는 돌)을 관찰해 왔다. 울릉도는 총 5차례의 화산활동으로 이뤄진 섬이기 때문에 조면암이나 현무암 같은 화산암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조사 결과 화산재와 부석층 속에서 화강암 조각을 대량 발견한 것. 화산섬에서 화강암이 발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울릉도를 포함한 동해 해저의 지각이 대륙성인지 해양성인지 밝히는 일은 국내 지질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동해는 수심이 깊고 퇴적층이 두꺼워 직접 ‘땅을 뚫고’ 조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김 교수팀은 화산활동의 결과 지상에 노출된 화산재와 부석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김 교수팀은 울릉도 화강암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울릉도 화강암의 나이는 62만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보고된 가장 젊은 화강암은 1993년 남부 러시아 북동-중앙 코카스산맥에서 산출된 ‘엘주타 화강암(Eldjurta granite)’으로 나이가 100만년이다.

사실 울릉도 화강암이 이렇게 젊은 것은 의외였다. 화산암은 땅 위로 나온 마그마가 갑자기 식어 굳어진 것이다. 반면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화강암은 그 위에 쌓여 있던 다른 암석들이 오랜 세월 동안 비, 바람, 여러 생물의 풍화작용으로 깎여 나가야 비로소 지상에 노출된다. 서울에서 발견되는 화강암의 나이는 약 1억7000만∼1억8000만년, 부산 화강암의 나이는 약 6000만∼8000만년이다. 이와 비교하면 나이 62만년짜리 화강암은 지상에서 발견되기에는 너무 젊다.

김 교수는 이 ‘젊음의 비결’을 9300∼6300년 전 있었던 울릉도 화산활동에서 찾았다. 원래 땅 속 깊은 곳에 묻혀 있어야 할 화강암이 화산이 폭발할 때 지표로 튀어나왔다는 것.

이에 대해 암석학 전문가인 한국해양연구원 이종익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동해 해저에 대륙지각이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울릉도 화강암이 대륙지각의 일부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화강암이 거대한 규모가 아니라 작은 조각 형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추가연구를 통해 울릉도뿐 아니라 주변 해저지각에서도 화강암이 대규모로 발견된다면 좀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셈이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약 3000만년 전 한반도 동해안과 일본 서남해안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약 1700만∼1500만년 전 지각변동에 의해 대륙판들이 서로 밀어내 일본열도가 한반도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동해가 생긴 것. 현재 동해 속에 가라앉아 있는 돌출 부위가 과거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있던 대륙의 조각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울릉도의 절경.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울릉도에는 조면암이나 현무암 같은 화산암이 많다. 그런데 최근 석포동 등에서 이례적으로 화강암이 대량 발견됨으로써 동해 해저에 대륙지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백만년 후 동해 해저가 수면 위로 솟구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