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달려가 유영철 모자 벗겨라?” 경찰 발표 논란

  • 입력 2004년 7월 27일 21시 37분


코멘트
경찰청 홈페이지
경찰청 홈페이지
연쇄살인범 유영철(34)의 호송과정에서 기동수사대 소속 이모 경사(45)가 피해자 어머니 정모(51)씨를 발로 차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일본 모 방송사가 충격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유씨의 모자를 벗겨라’고 사전 조언했다”고 주장해 또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 “방송사가 유족 부추겨”▼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강대원(53) 대장은 27일 “일본 모 방송사에 국내 자료를 제공하는 o프로덕션 직원이 유가족에게 ‘쇼킹한 장면을 찍어야겠는데 어머니가 도와줘야겠다. 포토라인에 들여보내 줄테니 유영철이 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할 때 달려가라. 우산대를 가지고 유씨의 모자나 마스크를 벗길 수 있다’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공개했다.

강 대장은 이어 “그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니 그날 비도 오지 않았다. 우산을 어디서 가져왔겠느냐”며 “어머니를 발로 찬 것은 백번 잘못했지만,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없이 이런 일을 기획한 것이 사실이라면 진상을 꼭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제보자라고 밝힌 경쟁 방송사 직원은 “그런 제보를 한 일이 없다”며 “다른 기자들에게 ‘프로덕션사가 피해자를 데리고 온 것으로 보아 다 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o프로덕션측은“전혀 돌출 상황을 사전에 짜고 만든 것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며칠 전부터 유족을 만나 취재하던 중 유족들이 ‘범인의 얼굴을 봐야 겠다’고 부탁해 현장에 데리고 간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족측은 “전날 방송사에서 연락이 와 차를 얻어타고 함께 간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이 말하는 ‘사전 기획’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 “경찰,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경찰에게 네티즌들이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청 홈페이지(www.smpa.go.kr)와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으로 몰려가 더욱더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

김우진씨는 “범인 못 잡아서 남의 딸 죽게 하고, 절규하는 어머니는 구둣발로 차버리고, 이제는 사전 기획이라고 발표하다니”라며 “프로덕션서 시킨 일이면 발로 차도 된다더냐? 경찰은 정말로 구제불능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lyk214’는 “경찰이 자기 무덤을 판다”며 “수습은 못할망정 불난집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ggachimury’는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경찰은 끝까지 발길질 한 부분에 대해서 정당화 하려하고 있다. 강 대장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또 강 대장이 유족 정모씨가 당시 들고 있던 우산을 지적한 것과 관련 “기상청에서 비올 확률이 5-60% 라고해서 나도 우산 들고 나갔다.(doilufang)”고 하거나 “우산이 아니라 양산으로 보이더라(notcertainty)”며 ‘못 믿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27일 물의를 빚은 이모 경사를 서울 청량리경찰서로 전출하는 한편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하고, 강대원 기동수사대장 역시 지휘책임을 물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문책키로 했다.

또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허준영 경찰청장 명의로 “해당 경찰관이 유가족임을 알아보지 못해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혔다. 범죄 피해자 및 그 가족의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