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콜레스테롤 식품, 성장기 아동-청소년은 문제 없어”

  • 입력 2004년 3월 28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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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가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미국 의학계의 논쟁을 보도했다. 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고비중지단백)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었다. 지난해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마을에서 콜레스테롤 치료의 전기가 될 ‘변형 HDL’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와 학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콜레스테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무조건적인 배격 대상인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콜레스테롤의 의학=콜레스테롤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으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부족하면 각종 호르몬 결핍 등으로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특히 세포막의 주요 성분으로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필수적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뚜렷한 증세는 없다.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고요한 악마’인 셈이다. 심각한 수준이 되면 피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종양처럼 보이는 ‘황색종’이 나타난다. 눈꺼풀 주위, 손등, 무릎, 팔꿈치 등에 주로 생긴다. 두께가 1cm 정도인 아킬레스건도 1.5∼2cm로 굵어진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만들어지거나 음식으로부터 흡수된다. 이어 ‘지단백’이란 입자 형태로 혈관을 따라 순환한다. LDL(저비중지단백)과 HDL로 나눈다.

인체를 공장이라 가정하자. LDL은 공장 이곳저곳을 돌며 원료(콜레스테롤)를 공급한다. 제 역할을 다한 LDL은 찌꺼기가 된다. 만약 LDL의 양이 적당한 수준이라면 간에서 처리를 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면 LDL은 혈관에 달라붙는다. 바로 병의 시작이다.

반면 HDL은 이 찌꺼기를 소각장으로 내다 버리는 역할을 한다.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LDL을 나쁜 콜레스테롤, HDL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부른다.

▽음식과 콜레스테롤=주부들의 공통된 고민이 있다. 아이에게 고(高)콜레스테롤 식품을 먹여도 괜찮을까. 새우 조개 오징어 등 해산물, 치즈 버터 등 낙농제품, 돼지고기 소고기 간 등 육류가 이런 식품들.

의학자들은 대체로 “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2세 이하의 유아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지 않는다. 또 콜레스테롤 관련 치료도 사춘기 이후부터 시작한다. 성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산물등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더라도 영양이 풍부한 식품을 적극 권한다.

고콜레스테롤 식품이 꼭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포화지방산이 많을때 비로소 높아진다. 따라서 새우나 게 등은 육류보다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포화지방산이 적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일 가능성은 낮다.

몸에 좋은 HDL만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없다. 식품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은 몸에 들어간 뒤 비로소 HDL과 LDL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러나 HDL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다. 꾸준히 지방을 줄이는 운동을 하면 된다. 또 매일 한두 잔의 술도 좋다. 요리할 때 리놀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 기름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단 식물성 기름도 오래 두면 포화지방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요리한 음식은 바로 먹어야 한다.

반면 한번 사용한 기름을 다시 쓰면 LDL의 수치가 높아진다. 계란노른자에 있는 동물성 지방도 LDL의 생성에 기여할 수 있다. 보통 계란노른자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은 200mg 정도이므로 하루에 2개 이상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순환기내과 한기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살찌면 나쁜 콜레스테롤 쌓인다▼

콜레스테롤 정상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학자마다, 나라마다 견해가 다르다. 국내에서는 혈중 수치가 180∼200mg/dL이면 정상치로 본다.

220mg/dL 이하이면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찾기 전 식이 및 운동요법으로 먼저 관리하는 게 좋다. 15% 정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규칙적 운동과 체중관리는 필수다. 비만은 LDL이 쌓이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다. 동맥경화 증세가 약간이라도 있다고 가정하자.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매주 3∼4시간, 개선하려면 5∼6시간의 운동이 필요하다. 각각 1400, 2200Cal가 소비된다. 운동으로는 빨리 걷기, 조깅, 등산 등이 좋다. 비만 또는 무릎관절이 좋지 않으면 수영이나 자전거타기를 한다.

수치가 220mg/dL 이상이면 치료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보통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한다. 이들 약물이 HDL을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HDL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60mg/dL을 넘어서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300mg/dL 이상이면 4배가 늘어난다. 또 남성 45세, 여성 55세 이상이 되면 발병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평소 혈액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검사 12시간 전부터는 물과 식사를 삼가야 한다. 검사비용은 1만원 내외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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