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P2P, 해도 너무해”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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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건설회사의 견적서, 관공서의 직원평가서, 상장기업의 공시용 내부문건, 운송회사의 업무보고서 등….

‘건강한 인터넷’ 취재팀이 찾아낸 인터넷에 떠다니는 문서들이다. 유포되어서는 안 될 기업 및 관공서의 서류들은 검색한 지 10여분 만에 수백건이나 발견됐다.

이 가운데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이 적힌 신상정보 관련 서류도 수두룩했다. 특히 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정보이용능력평가결과’ 문서에는 이 지역 관내 공무원 200여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급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네티즌들끼리 직접 파일을 주고받는 파일공유(P2P·Peer to Peer) 서비스에 떠다니는 자료들이다. 취재팀이 한 인터넷 P2P 프로그램을 실행해 ‘엑셀파일’ 확장자(xls)로 된 공유파일을 찾아 얻어진 결과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P2P 프로그램 대부분이 기본설정값으로 사용자 PC의 많은 정보를 노출하는데도 사용자들은 이 점을 알지 못한다는 것.

P2P의 문제는 ‘보안’뿐만이 아니다.

▽늘어나는 P2P 서비스 이용자=네티즌 최모씨(29)의 취미는 인터넷으로 영상과 음악파일을 찾아 감상하는 것이다.

영화나 음악파일은 주로 ‘소리바다’나 ‘e동키’ 등 P2P서비스를 통해 얻는다. 영화 1편을 받으려면 3∼10시간 정도 걸리므로 최씨는 사무실과 집에서 PC를 하루 24시간 내내 켜놓고 지낸다.

최씨와 같은 네티즌 때문에 네트워크 트래픽 급증에 따른 과부하로 인터넷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트래픽도 문제지만 오가는 내용물도 불법복제물이거나 음란물이 대부분이다.

소중한 인터넷 자원이 비생산적이거나 불법적인 용도에 소모되고 있는 것. 인터넷에 과부하가 걸리면 인터넷 전송속도는 떨어지고 네트워크 투자비용은 계속 늘어 사회적 손실도 커진다.

소리바다에 대한 법원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 패소 판결까지 겹쳐 P2P서비스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P2P 트래픽=중소기업 D사의 전산관리 담당자인 박모씨(29)는 얼마 전 회사의 네트워크 속도가 크게 떨어져 정밀분석 작업을 벌여야 했다. 연초 인터넷 회선을 두 배로 늘렸는데도 인터넷이 계속 느려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놀랍게도 사원 10여명이 사용하는 ‘e동키’나 ‘소리바다’ 같은 P2P 프로그램에 있었다. 사원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P2P서비스가 네트워크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정상적인 인터넷 소통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 모니터링을 실시한 하루 동안 외부에서 회사네트워크로 들어온 P2P 접속시도는 1000여회나 됐다.

이처럼 P2P프로그램은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켜 기업의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게 한다. D사의 경우 사원들의 P2P 접속을 차단한 이후 데이터베이스 전송 등 인터넷 작업속도가 9배나 빨라졌다. 인터넷 네트워크 전문업체 엔에스텍의 유상훈 이사는 “기업의 전산망이 이유 없이 느려진다면 P2P 등 불필요한 트래픽의 증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부하에 울상 짓는 초고속인터넷 업체들=국내에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100만명을 넘어 인터넷 사용량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인터넷 트래픽 폭증에 따른 투자비 부담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KT 이길주 홍보팀장은 “올 들어 1편에 1.5GB를 넘는 대용량 영화파일전용 P2P서비스가 등장해 인터넷 트래픽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1위 업체인 KT는 급증하는 인터넷 트래픽 때문에 2000년 46Gbps이던 인터넷 백본망 용량을 지난해 말 233Gbps로 늘렸다. KT는 2001년 390억원, 2002년 160억원을 백본망 증설에 투자했다. 올해에는 380억원을 더 투자해 연말까지 백본망 용량을 2000년의 10배가 넘는 480Gbs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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