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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5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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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보통신부의 불법·유해 정보 신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영민씨는 얼마 전 기자를 만나 국내 포털 사이트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대회 기간 열흘 동안 무려 715건의 불법·유해 정보를 신고한 김씨는 비법을 묻자 포털 사이트 ‘덕분’이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섹스, 자살 등 유해 단어들을 검색하면 반드시 관련 커뮤니티가 있게 마련이고, 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수많은 다른 유해 사이트들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각 포털 업체는 유해 단어들을 찾지 못하도록 검색시스템을 조정했지만 김씨는 “하는 척만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씨는 “‘섹 스’처럼 빈칸 하나만 집어넣으면 검색할 수 있다”며 “과연 이런 문제를 포털 업체들이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찾아들어간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남성, 여성의 성기들만 찍은, 낯 뜨거운 사진들이 가득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사이트의 회원들이었다.
자신의 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해놓은 회원들 중에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미성년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회원이 아니라 사이트 운영자 중에서도 미성년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회원 실명제를 도입한 포털 업체들이 불법·유해 커뮤니티의 운영자나 회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물론 포털 사이트들의 변명대로 무작정 검색어를 제한하고 문제 회원들을 법적으로 고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해서 손을 놓아서 되겠는가?

검색에 허점이 있다면 더욱 엄격히 조정해야 한다. 일반 검색을 막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유해 사이트를 적발하는 직원들이 적다면 일반 네티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또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사이트 개설자들에 대한 제재가 약했다면 이제 법률 검토를 집어치우고 이들에게 뭔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포털 업체들은 영원히 ‘사회적 의무를 저버린 기업’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할 것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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