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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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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은 이씨에게 놀이가 아닌 직업이다. 게임을 통해 아이템과 사이버머니를 모아 이를 다른 네티즌들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지난 1년간 이렇게 모은 돈이 1000만원가량 된다. 올해 들어서는 동료 5명과 팀을 이뤄 활동하면서 수입도 늘었다. 하지만 날마다 PC방을 전전하며 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 수 없다.
학업이나 전통적인 생업을 포기하고 인터넷 돈벌이를 하고 있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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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 거래의 明과暗 |
사이버머니나 게임아이템의 현금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떠오른 인터넷 강국 한국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인터넷업체들은 각종 상술로 회원들의 인터넷 돈벌이를 부추기고,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만 잘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인터넷 돈벌이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아바타 아이템 구매에 따른 과다한 전화요금 청구로 열한 살짜리 초등학생 소녀가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자살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에 부는 돈벌기 열풍=“돈 거래 없는 온라인 게임은 재미가 없어요.”
스스로 온라인 게임 ‘리니지 중독자’라고 밝힌 고교생 이모군(18)은 돈 거래는 온라인 게임의 필수요건이라고 여기고 있다. 게임이 인기를 끌려면 아이템 거래가 편해야 한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불문율이나 다름없다.
그는 최근 리니지 아이템 중 하나인 ‘순간이동 반지’를 50만원에 샀다. 다음 목표는 ‘파워글로브’라는 아이템. 강력한 아이템으로 다른 게이머가 보유한 아이템을 빼앗아 되팔면 더욱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최고급 아이템을 모두 갖춘 캐릭터를 1억원에 판다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고 귀띔했다.
인터넷 돈벌이를 부추기는 것은 온라인 게임만이 아니다. 아바타, 도박, 인터넷 공유서비스(P2P) 등 인터넷업체들도 회원간 거래를 통해 사이버머니나 아바타 등을 모으고 이를 다시 현금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앞세워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동영상 파일교환이 활발한 I사의 서비스는 음란물의 온상으로 유명하다. 회원끼리 사이버머니를 매개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청소년 회원들이 죄의식 없이 음란물 공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머니는 실제 돈?=지방 소도시에 사는 고교생 정모군(17)은 지난달 사이버머니 브로커에게 온라인 뱅킹으로 5만원을 보냈다. 정군이 받은 사이버머니는 200억원어치. 정군은 “실제 돈을 주고 사이버머니를 사는 친구들이 많아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또 이렇게 사이버머니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아 합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고교생 김모군(17)은 사이버머니를 ‘수업료’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몇달 전 모 외국 포커 사이트에서 한국인 네티즌을 만나 사이버머니를 사기 시작하면서 벌써 수십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게임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는 곧 돈’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아이템 거래 전문사이트가 느는가 하면 아이템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형 조직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형 조직은 폐업한 PC방에 게이머들을 고용해 아이템을 수집한 뒤 이를 되팔아 수입을 올리고 있다.
▽늘어나는 부작용=게임 아이템을 사려는 청소년들이 급격히 늘면서 이를 악용한 일명 ‘사이버 사기꾼’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고급 아이템을 수십만원에 판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 뒤 돈만 받고 사라진다. 특히 부모 몰래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은 이들의 주요 타깃이다. 법적 대응에 어두운 데다 부모에게 알려질 것을 우려해 피해를 봐도 덮어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둘러싼 협박 및 폭력 사건도 크게 늘고 있다. 김군은 “아이템 사기를 당한 친구 가운데는 다른 친구를 협박해 돈을 뜯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의 인터넷 콘텐츠를 둘러싼 현금거래의 불가피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그 역기능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우려한다. 정보보호실천협의회 정태명 의장(성균관대 교수)은 “청소년들의 인터넷 돈벌이 심취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자원낭비”라며 “네티즌들에게는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해당 업체와 정부는 역기능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넷 돈벌이 유혹을 이겨내는 8가지 주의사항 | |
| 1 | 고객 상담 코너가 없는 웹사이트의 광고는 믿지 마라. |
| 2 | 경품이 아닌 돈을 준다는 이벤트에는 참여하지 마라. |
| 3 | 광고를 보거나 추천을 해주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마케팅 방법은 사라졌다. |
| 4 |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돈벌이 행사는 금융피라미드일 가능성이 높다. |
| 5 | 노력 없이 돈을 벌게 해준다는 내용의 스팸메일은 곧바로 삭제하라. |
| 6 | 아바타 구입시 ‘한달 1만원’ 등 일정한 사용금액 한도를 정해 놓아라. |
| 7 | 타인과의 아이템 거래시 먼저 돈을 보내지 마라. |
| 8 | 도박사이트에 사이버머니를 쌓아두려는 생각을 버려라. |
| 도움말:한국사이버감시단 | |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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