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어-비디오 마니아 최효석씨의 살맛나는 전원 취미생활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04분


최씨는 기분 내키는 대로, 때로는 대형스크린으로, 때로는 프로젝션TV로 영화를 본다.나성엽기자
최씨는 기분 내키는 대로, 때로는 대형스크린으로, 때로는 프로젝션TV로 영화를 본다.나성엽기자

《강원 강릉시 방향으로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경기 용인시 양지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왔다. 요금을 지불한뒤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700m를 더 가자 왼편에 ‘푸르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단풍으로 불타는 산 속 한 가운데 나무로 지은 그림 같은 집 10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삼성에버랜드가 조성한 전원주택단지. 주민 중에는 서울 강남이나 경기 수원시, 용인시 기흥읍 등 인근 도시에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최효석씨(35·삼성전자 기흥반도체 시스템기술팀 책임연구원)는 2년 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팔고 이곳으로 이사왔다.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서? 공기 좋은 곳에 있고 싶어서? 아니다. 그는 ‘볼륨’을 높여야 했다.》

최씨가 푸르메 마을에 입주하기 위해 단지 내에 땅 100평을 구입하고 건평 50평 짜리 집 설계에 들어갔을 때. 그는 시공회사에 “1층과 2층 사이에 방음재를 두껍게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오디오 비디오 마니아. 7년 전부터 오디오와 비디오에 빠지기 시작해 하나 둘 기기를 갖추기 시작했다. 남들이 비디오 볼 때 최씨는 레이저디스크(LD)로 영화를 봤다. 남들이 LD 볼 때는 DVD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동호회 활동용 PC를 추가했다.

180인치 대형 스크린과 오디오 DVD플레이어, 출력 높은 스피커와 우퍼로 홈 시어터를 꾸민 지 5년이 넘었지만 분당의 아파트단지에서는 영화를 영화답게 볼 수가 없었다. 볼륨을 조금만 올렸다가는 옆 집 거실의 액자가 흔들릴 것이므로.

“이 자리가 제일 사진이 잘 나와요.” 사진에 관해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최효석씨가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알아서’ 자리를 잡은 뒤 웃고 있다.나성엽기자

요즘 그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10시에 시작된다. 아들 재혁(7)과 딸 유진(3)을 2층에 재우고 DVD 최신작 ‘스파이더맨’을 플레이어에 넣은 뒤 편안하게 소파에 몸을 기댄다. 리모컨 조작으로 앰프의 볼륨 다이얼이 빛을 깜박거리며 오른쪽으로 돌아감에 따라 그의 몸 속에서는 ‘아드레날린’ 분비량도 폭증한다.

2층의 재혁과 유진은 먼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 지 오래. 아내 윤정녀씨(36·서양화가)는 ‘그린 고블린’이 ‘스파이더맨’과 맞서기 직전 쿵쾅거리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졸린 몸을 최씨에게 기댄다. 아내의 고른 숨소리에 문득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최씨의 눈에 은분을 쏟아 놓은 것 같은 밤하늘의 별이 아름답게 반사된다.

그동안 사 모은 DVD타이틀만 1500여장. 매일 밤 한 편씩 봐도 모두 보려면 4년이 필요한 분량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추억을 본다. 한 편 한 편 타이틀을 살 때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이, 아내를 처음만난 기억이, 재혁이가 걸음을 걷기 시작했을 때 질렀던 환호성이 1500편으로 나뉘어 재생된다.

“이사 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스타일’을 찾았어요. 술을 좋아하지만 자연스럽게 귀가 시간도 빨라지더군요.”

그의 집과 홈 시어터 장비는 이웃들과 교감을 나누는 도구로도 한몫 한다. 6월 월드컵 기간에 그와 푸르메 마을의 이웃 50여명은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마을 광장에 모여들었다. 최씨는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떼어다가 야외에서 축구경기를 틀었고 사람들은 맥주를 홀짝이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아파트에 살 때 그는 개인적이지도 사회적이지도 못했다. 누군지 모를 옆집 사람이 달려올까봐 성에 차게 볼륨을 높이지 못했다. 이곳에 그는 최첨단으로 꾸며놓은,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집이 있다. 그리고 축구중계나 영화를 수십명씩 모여서 보는, 이름을 모두 외우는 이웃이 있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주말을 온통 집에 투자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청소하고 잔디 깎고 보일러 손보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는 어스름이 내려앉아 있다. 최씨는 그러나 이마저 즐겁다.

“뭐랄까…, 이런 게 사는 거죠. 힘들여 가꿀 게 없으면 왠지 내 것이 아닌 것 같잖아요?”

▼최씨 거실의 정보기기들▼

최효석씨의 거실에는 홈 시어터를 구성하는 앰프와 우퍼 프로젝터 스크린 등의 장비 외에도 소니사의 노트북 PC ‘바이오’와 조립한 데스크톱PC, 그리고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SCEK)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가 있다. 언뜻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 장비는 그의 ‘홈 시어터’ 구색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품.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된 PC로 그는 동호회 활동을 한다. 워낙 흔하지 않은 취미이다 보니 5, 6년 전만 해도 만날 수 있는 동호인은 전자상가의 매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최신 기기에 대한 정보와 장비 튜닝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전 먼저 써본 마니아가 남긴 ‘사용기’를 읽어보는 것은 필수. 최씨는 자신의 기기나 최근 감상한 DVD타이틀에 대한 평을 수시로 인터넷에 올린다. MP3나 DVX형식의 음악이나 영화를 다운로드해 홈 시어터로 틀기도 한다.

노트북PC ‘바이오’는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미니 홈 시어터’역할을 한다. 외장형 DVD롬 드라이버를 장착해 크기는 작지만 와이드스크린 비율인 바이오의 모니터로 아쉬운 대로 영화를 감상한다.

PS2로는 스트레스를 푼다. 같은 게임이지만 대형 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채널 스테레오의 입체음향으로 ‘빵빵하게’ 틀어놓고 하면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그는 “눈 높이를 더 높으면 탐나는 기기들이 한없이 많지만 당분간 이 정도 수준에서 홈 시어터를 유지 보수하면서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효석씨의 장비(사진위)
기기제조사모델
①스크린DALITEHigh Contrast DaMat
②메인스피커MeridianM-33
③노트북PC소니VAIO C1-MEL
④데스크톱PC조립-
⑤센터스피커MeridianM60C
⑥서브 우퍼MeridianM-2500

기기제조사모델
①일본 BS방송 위성수신기PanasonicTU BMD 100
②스카이라이프 수신기--
③비디오 재생기VictorHRVXG100
④DVD플레이어Meridian596
⑤AV프로세서Meridian568
⑥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PioneerCLD HF9G
⑦CD플레이어InkelCD-7R
⑧파워앰프AnamAMA-6010
⑨비디오게임기S·C·EPlaystation2
⑩영상변환기VictorJ-S111
⑪프로젝션TVPanasonicTH-36FP20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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