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영장류와 인간의 비교 연구로 유명하다. 유전학적으로 볼 때 영장류와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와 인간은 600만년 전부터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침팬지와 인간의 게놈을 부분적으로 비교한 결과 염기서열 차이는 1.2%에 불과했다.
-염기서열이 거의 같은 데도 인간은 침팬지보다 3배나 큰 뇌를 갖고 있고 지적 능력도 훨씬 높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리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인간의 뇌와 침팬지의 뇌를 유전자칩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똑같은 유전자라도 인간의 뇌세포에서는 많은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만 침팬지에게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과 침팬지의 뇌에서는 수천개의 유전자가 작동하지만 이중 15%의 유전자가 침팬지보다 인간에게서 훨씬 잘 발현됐다. 그만큼 유전자의 활동성과 발현 조절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 관련 유전자의 진화 속도는 침팬지보다 5배나 빠르다.
생명현상은 유전자의 숫자만 갖고 설명할 수 없다.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반드시 새 부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전의 부품이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이를 조합하면 훨씬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최근 발견한 언어 유전자에 대해 설명해달라.
〓1년 전 영국의 의학자들이 FOXP2라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가 망가진 환자는 심각한 언어장애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이 사람과 영장류의 FOXP2를 비교했다. 이 유전자는 71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사람과 침팬지는 2개의 아미노산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인간의 FOXP2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은 13만∼2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생인류가 탄생한 시점과 일치한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인간은 밀리초(100분의 1초) 단위로 성대와 혀 그리고 입을 매우 정교하게 조화시켜 복잡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침팬지와 인간의 인지능력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연구를 할수록 오히려 유사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침팬지도 200∼300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고, 이것으로 단순한 문장을 만든다. 또 도구를 쓴다. 생후 10개월까지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는 인지능력에 차이가 거의 없다가 그 이후에 차이가 생긴다.
-당신은 네안데르탈의 DNA가 현재 인류와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호모 에렉투스 같은 초기 인류의 DNA 분석도 가능한가?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10만년 이상 된 인류에 대한 DNA 분석은 불가능하다. 다만 현재 인류의 DNA를 분석해 진화과정을 역추적 할 수는 있다. 현재 인류의 개인간 염기서열 차이는 0.1%로, 유전학적 다양성이 다른 영장류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는 인간이 극소수의 작은 집단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진화인류학연구소에 대해 소개해 달라.
〓1997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설립됐다. 우리 연구소는 영장류학부, 분자유전학부, 비교심리학부, 언어학부 등 4개 학부에 속한 270명의 연구원이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인간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의 행동 언어 유전자를 비교해 인간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통독 이후 동독 지역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유태인 대학살의 무대였던 라이프치히가 인류 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도 생명공학기술을 육성하고 있지만 인류유전학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인간의 게놈을 진화의 관점에서 다른 동물과 비교 연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얼마나 가깝고 먼지 알게 되면 인간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정신분열증, 에이즈,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