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비디오게임기 시장 ‘전운’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29분


‘플레이스테이션2’(PS2)가 홀로 서 있는 국내 비디오게임기(콘솔) 시장에 강력한 맞수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12월 뛰어든다. PS2 배급사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와 엑스박스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벌써부터 ‘비교우위’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강한 놈’〓 2001년 11월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MS의 엑스박스는 현존하는 비디오 게임기 중 기능이 가장 뛰어나다. 펜티엄3 733㎒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64Mb 메모리, 8GB급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233㎒급의 그래픽처리장치를 배치했다. 로딩 속도가 빠르고 HDD에 정보를 저장해 게임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MS측은 “제품 사양이 비교대상이 없어 내놓자마자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껍데기”〓2월 국내에 들어온 PS2는 밀수품(20만대 추정)을 포함해 현재 40여만대가 팔려나갔다. PS2는 세계적으로는 4000만대가 팔리며 시장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게임기의 베스트셀러. SCEK측은 “제품이 많이 팔린 것은 1000여종에 이르는 풍부한 게임타이틀 덕”이라며 “MS의 제품이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넣고 돌릴 게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MS는 1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세중게임박스와 유통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선언했다. 판매 시작일은 밝히지 않았으나 MS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대대적인 이벤트와 함께 엑스박스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의 우위’를 강조하는 SCEK를 초반에 ‘초토화’시키기 위해 베스트셀러 타이틀 10여종을 동시에 내놓고, 2003년에는 게임타이틀 50여가지를 모든 국가에서 동시 발매, SCEK의 기를 꺾겠다는 전략이다. MS는 전자상가 등지에서 유통돼온 밀수 엑스박스에 대해서도 AS를 해주며 SCEK의 아픈 부분을 직접 공략할 계획이다.

SCEK는 PS2용 게임 타이틀 50여종을 내놓고 있으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3, 4개월씩 늦게 들여오고 있는 데다 밀수품에 대해 ‘AS 절대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일부 마니아들의 원성을 사왔다. SCEK측은 “MS가 몇 대 팔리지도 않은 밀수품을 내세워 광고로 악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승부처〓PS2와 엑스박스의 싸움은 2003년에는 게임타이틀 수, 2004년부터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판가름날 전망.

SCEK는 올해 말까지 100여 종류의 게임타이틀을 발매하고 2003년에는 300여종의 게임을 추가로 선보인다. MS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50여종을 내놓고 ‘질 경쟁’을 벌이기로 했다.

두 회사의 대결은 곧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긴다. 이르면 2003년 상반기 중에 시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BB’와 ‘엑스박스라이브’. 게임기를 초고속 인터넷 선에 물려 놓고, 각종 게임과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로 게임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이 서비스에서는 누가 더욱 충실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가격 내린다?〓엑스박스가 나오자마자 ‘가격전쟁’이 시작될 전망. MS측은 “25만원을 전후한 가격에서 PS2보다 ‘우월한’ 가격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SCEK는 “12월 이벤트를 통해 컨트롤러 메모리카드 등을 끼워주며 당장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 다음, 엑스박스의 가격추이에 따라 PS2의 가격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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