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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8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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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쪘어도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겁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살찌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salzzi) 게시판에는 살이 안쪄 고민인 사람들의 푸념이 가득하다. ‘너무 말라서 애인한테 차였다’‘옷사러 가기가 두렵다’ ‘여름이 싫다’ 등등.
운영자 조재현씨(25)는 “회원들이 ‘넌 살이 찌지 않아서 좋겠다’는 소리를 제일 싫어하며 입영통지서를 받으면 ‘이제 살이 붙게 됐다’며 기뻐한다”고 말한다.
▽왜 살이 안찌나〓일반적으로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눴을 때의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일 때 저체중이라고 한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말랐다고 해도 영양섭취를 잘 하고 있고 빈혈이나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병이 없다면 건강한 것이다. 마른 사람은 유전 때문일 수도 있고 신진대사가 너무 활발해 아무리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 수도 있다. 또 입이 짧아 음식을 잘 먹지 않아 살이 안붙는 사람도 흔하다.
살을 찌우는 데는 왕도가 없다. 충분한 영양섭취와 운동이 제일이다. 군복무를 하며 살이 붙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항상 체력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영양 처방〓체중을 늘린다며 몸 속에 지방을 쌓으면 안 된다. 근육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체중 1㎏당 0.8g, 성장기에는 1.2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지만 체중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 1.5∼2g까지도 괜찮다. 체중이 50㎏이라면 하루 75∼100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 계란 1개에는 7g, 육류나 생선 100g에는 15∼20g의 단백질이 있으며 끼니 때마다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단백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신장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그 이상은 피한다.
특히 콩과 두부에 포함된 식물성 단백질이 몸에 좋다. 일부러 고기만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더불어 동물성 지방까지 많이 섭취하게 되기 때문.
지방은 비만이나 성인병이 있을 때는 위험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적당히 먹어줘야 한다. 총 열량의 30% 이내는 지방으로 섭취한다. 생선과 식물성 지방이 좋다.
음식을 만들 때 겨자나 후추, 레몬 등 향이 강한 것을 넣으면 식욕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물 대신 맑은 육수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성인남자는 하루에 2500㎉, 여자는 2000㎉가 필요한데 1주일에 0.5㎏을 늘리려면 하루에 500㎉를 더 먹는 것이 좋다. 식사는 하루에 5, 6회 조금씩 자주 먹는다.
▽운동처방〓근육을 키우는 데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제격이다. 걷기, 뛰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마른 사람들은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고 붙은 근육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전문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각자에게 맞은 운동기구를 선택해 꾸준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가슴이나 허벅지 등 큰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좋다. 다리 근육을 키우려면 역기를 어깨에 얹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나 앉아서 다리로 쇳덩이를 미는 ‘레그 익스텐션’ 등을 한다.
몸통 근육은 윗몸 일으키기나 허리를 뒤로 미는 ‘백 익스텐션’으로 강화한다. 앉아서 두 손을 앞으로 미는 ‘체스트 프레스’나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 프레스’로 상체를 단련한다.
1주일에 2, 3회, 30분∼1시간 정도 실시한다. 하루는 상체에, 하루는 다리에 중점을 둔다. 처음에는 한 동작을 10∼15회 하고 쉬기를 2, 3번 반복하다 숙달되면 중량은 늘리고 횟수는 줄여야 근육이 생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 의학실 조중현 트레이너,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한방에서는…▼
한방에서는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배정환 교수는 “한 유형은 소화기관이 약하고 기(氣)가 허해서 잘 먹지 않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몸에 열이 많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기가 허한 사람은 위가 약해 신경성 또는 만성 위염이 있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예민하고 내성적이다. 이런 사람은 찬 것은 피하고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 몸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인삼, 생강, 대추차, 죽 종류가 잘 받는다. 맵고 따뜻한 음식을 적당히 먹고 물은 많이 마시지 않는다. 간혹 입에 맞는다고 폭식을 하면 위가 더 상하게 되니 주의한다.
열이 많은 사람은 잠을 일찍 자고 운동으로 땀을 발산해야 한다.
단맛이나 매운 맛이 나는 음식은 삼가고 인삼이나 생강이 든 것도 좋지 않다. 담백하고 새콤한 음식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알로에나 생식을 먹는 것도 괜찮다.
강남 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건강하게 살이 찌려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규칙적으로 소량을 자주 먹어야 한다”며 살찌는데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 재첩(가막조개)과 청국장, 장어구이, 청어구이, 굴전 등을 추천했다.
재첩에는 호박산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필수아미노산인 타우린이 들어있다.
청국장의 원료인 콩은 마른 사람에게 최고의 음식이다. 청국장을 끓일 때 일명 ‘산사자’라 불리는 아가위 나무 열매를 넣고 끓이면 식욕촉진에 좋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