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어? 쇳덩이가 물에 뜨네"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35분



쇳덩이를 물에 넣으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물에 뜨는 쇳덩이도 있다. 바로 ‘스펀지 금속’이다. 스펀지 금속 안에는 공기 방울이 가득 들어 있어 밀도가 낮다. 물보다 3배정도 무거운 알루미늄을 스펀지 금속으로 만들면 물 무게의 1/5로 가벼워진다.

스펀지 금속을 만드는 방법은 식빵 제조와 비슷하다. 금속 안에 계란처럼 끈적끈적한 점증제를 넣어 점도를 높인 뒤 베이킹 파우더 역할을 하는 발포제를 넣는다. 발포제에서 수소가스가 나와 빵처럼 금속이 부풀어오르고 스펀지 금속이 만들어진다.

석기 시대를 살던 인류는 청동과 철 등 금속의 도움으로 마침내 ‘만물의 영장’이 됐다. 금속은 발전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엽기 금속’들이 활발하게 개발되며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의 하나인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단 등 국내의 많은 연구진들도 요즘 이색적인 금속 개발에 한창이다.

스펀지 금속은 현재 서울 지하철 당산역과 성내역, 아셈빌딩 엘리베이터 등에서 방음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상대 허보영 교수팀은 한국자원재생공사와 함께 최근 다 쓴 알루미늄캔을 스펀지 금속으로 만들어 자동차 사고의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를 개발했다. 스펀지 금속이 가벼우면서도 충격과 진동, 소음을 워낙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차체 전체를 스펀지 금속으로 만든 스포츠카가 등장했다.

‘액체 금속(비정질 금속)’도 재미있는 금속의 하나다. 액체금속은 이름과 달리 영화 ‘터미네이터2’의 로봇처럼 액체로 된 금속이 아니다. 보통 금속은 딱딱한 결정 구조지만 액체금속은 액체처럼 원자 배열이 매우 자유로와 ‘액체 금속’이란 이름이 붙었다. 겉은 고체, 속은 액체인 셈이다. 액체금속은 원자 사이의 틈이 매우 작고 모든 방향에서 충격에 강해 강도가 강철의 수십 배에 달한다. 액체 금속은 재미교포 형제가 운영하는 미국의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사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퀴드메탈 코리아의 최윤성 상무는 “액체금속으로 본체를 만들어 잘 깨지지 않는 휴대전화기가 곧 한국에서 출시될 것”이라며 “미국 국방부와 함께 액체금속으로 ‘탱크 뚫는 총알’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M16 총알 크기의 소형 총알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탱크를 뚫는 금속도 있지만, 어린이도 쉽게 끊을 수 있는 금속이 있다. 실이나 머리카락보다 가는 ‘금속 섬유’다. 금속 섬유는 금속을 머리카락 1/50 굵기까지 가늘게 잘라 매우 가볍다. 전자파나 정전기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어 연구복 등 특수옷에 많이 사용된다. 한국기계연구원 한유동 박사는 “지난해 일본에서는 금속섬유를 사용한 임산부 복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금속 섬유는 아니지만 ‘타이어코드’라는 고강도 철선은 고무로 된 타이어 속에 박혀 타이어를 보호한다.

한때 여성 브래지어로 사용돼 화제를 낳은 형상기억합금도 점점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은 온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성질과 뛰어난 탄성력을 이용한다. 최근 나온 핸드폰 안테나는 대부분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 탄력이 아주 뛰어나다. 이 합금은 요즘 첨단 비닐하우스나 안경테에도 쓰인다. 농구하다 안경이 심하게 휘어도 라이터 불꽃만 갖다 대면 안경이 다시 펴진다.

포항공대 박찬경 교수(신소재공학과)는 “최근 금속 재료는 합금을 넘어서 세라믹, 플라스틱, 생체재료 등 성질이 전혀 다른 소재와 결합하고, 크기도 나노미터 수준으로 내려가는 추세”라며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특이한 금속 재료들이 미래를 수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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