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국제혈액학회, 성체줄기세포 신비 파헤친다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국내외 의사 20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혈액학회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개막됐다. 학회는 28일까지 열린다.

학회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와 보험약가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치료제 ‘글리벡’의 임상시험 결과 등 혈액과 관련된 최신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에서 열리는 의학관련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학회에는 캐나다 테리팍스연구소 커니 이브스 소장,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도널드 올릭 박사, 영국 왕립의과대학의 존 골드먼 교수 등 줄기세포와 골수이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참석했다.

학회 학술위원인 가톨릭대 의대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와 강남성모병원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인 오일환 교수의 도움으로 주요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줄기세포▼

줄기세포는 크게 인간의 배아 및 성체줄기세포로 구분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혈액 근육 신경 뼈 등 필요한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해 ‘만능 세포’로 불리며 난치병 치료의 열쇠로 알려져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의학적인 활용도는 크지만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성체줄기세포는 줄기세포의 성질을 쉽게 상실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생명윤리 논쟁을 피해갈 수 있어 줄기세포 연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커니 이브스 소장은 이번 학회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일으키는 줄기세포가 따로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인 BCR-ABL에만 주목했으나 이브스 소장은 BCL-ABL이 줄기세포 자체에 작용해 암 세포를 증식시키는 성장촉진물질인 ‘인터루킨 3’나 ‘G-CSF’ 등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NIH의 도널드 올릭 박사는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줄기세포로 심장근육을 재생해낼 수 있다는 연구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학회에서는 재생한 심장근육이 형태뿐만 아니라 기능까지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글리벡▼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처음 사용된 것은 1998년. 이듬해 12월 첫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돼 획기적인 신약으로 자리매김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4년간의 장기임상결과와 함께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스위스 바젤대병원의 알로이스 그라트볼 교수는 백혈병 환자 1106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글리벡과 기존의 치료제인 인터페론 알파 등에 대한 비교 실험을 했다.

매일 글리벡을 먹은 환자 중 68%는 14개월 뒤 백혈병을 진단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완전히 없어졌으며 12개월 생존율은 98.5%였다. 반면 인터페론 알파 등을 투여받은 환자 중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없어진 사람은 7%에 그쳤고 12개월 생존율도 93.1%로 글리벡 환자군에 비해 낮았다.

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이 많이 진행돼 골수이식을 할 수 없는 환자나 병이 재발한 환자에게 글리벡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좋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안드레아스 호흐하우스 박사는 글리벡을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환자 64명을 조사한 결과 유전자 이상이 있거나 글리벡이 작용하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조혈모세포 이식▼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가 되기 전의 원시세포로 태반이나 성인의 골수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의 일종. 이를 이용하면 성인의 골수세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과 같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세포군(細胞群)을 얻을 수 있다.

주로 백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됐던 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최근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병원 앨런 틴달 교수팀은 다발성 경화증과 류머티스 관절염, 전신 경화증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 330여명에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결과 증상의 개선은 물론 생존기간이 연장되고 이식 전에는 효과가 없었던 치료제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등의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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