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 2006년까지 TV에 디지털튜너 의무화

  • 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24분


제니스전자가 최근 전시회장에 선보인 디지털TV 수상기.
제니스전자가 최근 전시회장에 선보인 디지털TV 수상기.
미국 정부가 TV의 디지털화를 강제할 방침이어서 세계 TV의 판도가 급격히 디지털TV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디지털 튜너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니스전자는 TV 한 대당 5달러씩 연간 1억달러의 추가 로열티 수입이 예상된다고 제니스전자의 모기업 LG전자가 7일 밝혔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제니스가 개발한 VSB(vestigial sideband broadcasting) 방식의 디지털칩을 표준으로 채택해 2004년부터는 대형 고급형에, 2006년부터는 모든 TV에 반드시 내장토록 하는 정책을 8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자로 보도했다.

이는 디지털TV방송 전환을 앞당기려는 조치로 자유시장원칙을 고수해왔던 FC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디지털방송 전환이 워낙 지지부진하기 때문. 미국은 2006년부터 아날로그식 공중파 TV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다. 디지털 채널은 아날로그에 비해 주파수 효율이 6배나 되므로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전환되면 미 정부는 남는 주파수를 공매하거나 무선통신 무선PC 등을 위해 확보할 수 있다.

제니스사는 LG전자가 1995년 3억5000만달러에 인수(지분 100%)한 현지 법인이다.

김정중(金晶中) LG전자 특허경영그룹 부장은 “FCC의 결정으로 미국에서 디지털TV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한국산 디지털TV의 수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TV로 시청자들은 더욱 선명한 화질과 음향을 즐길 수 있지만 TV 1대에 250달러의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미 가전업체들은 판매위축을 우려해 생산을 기피해 왔다. 이에 대해 공중파 TV방송사들은 디지털TV가 가정에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디지털TV용 프로그램을 대량 제작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해 디지털방송 전환이 지체돼 왔다.

방송사의 손을 들어준 미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 가전업체 협회는 워싱턴포스트지 광고면에 ‘FCC의 세금부과와 다름없는 결정’이라는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사는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탄원을 준비 중이다.

반면 방송사들은 “튜너를 양산할 경우 대당 비용이 15달러로 인하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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