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 인터넷도박사이트 적발

  • 입력 2002년 7월 11일 14시 59분


사상 최대 규모인 860여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해온 한의사와 벤처기업 사장,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도박 사이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미(中美) 코스타리카에 서버를 두고 캐나다 소재의 유령회사가 관리한 속칭 인터넷 도박 '하우스'. 국내 굴지의 도박사이트가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사이버 호객꾼까지 동원, 조직적으로 인터넷 도박 중독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11일 코스타리카에 포커 사이트를 개설하고 지난해 8월부터 회원 5312명을 모집, 7140만달러(약 860억원) 규모의 사이버 포커를 하게 하고 수수료 20여억원을 챙긴 계모씨(37) 등 8명을 구속하고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계씨 등은 지난해 8월 캐나타 밴쿠버에 한국의 게임 프로그램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를 차리고 이 회사 명의로 코스타리카 산호세의 한 데이터센터 서버를 빌렸다.

계씨는 국내 굴지의 포커도박 게임사이트를 운영하는 B넷(주) 사장 이모씨(43)에게 수익금의 10%를 주겠다는 조건으로 코스타리카에 개설한 포커 사이트의 운영을 맡긴 뒤 지금까지 5312명을 회원으로 모집, 판돈 860여억원 규모의 도박을 하게 하고 수수료 20여억원을 챙긴 혐의다.

국내 사이버포커계의 '대부'로 알려진 B넷 사장 이씨는 자신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포커 사이트의 골수 회원들에게 돈을 주고 바람잡이 역할을 시켜 회원을 유인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사이트는 기존의 딜러나 도박 프로그램과 승부를 하는 사이버 카지노와는 달리 포커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끼리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개설된 판 당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는 국내 최초의 '하우스'형 도박 사이트다.

접속자들은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1∼10달러에 이르는 칩을 구입해 포카를 했으며 판당 평균 500달러 이상의 판돈에 최대 360명까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도박을 하다 적발된 사람중에는 명문 S대 물리학과를 나와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벤처기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S대학 출신의 대기업 연구소장, 모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무원, 현역장교, 한의사, 의사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번에 붙잡힌 39명 외에도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530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비슷한 종류의 국내외 도박 사이트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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