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연구프로젝트 사업단장 선발 정부硏 출신 독차지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45분


국내 최대 규모의 집단연구개발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장 공모에서 대학교수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정부출연연구소 간부들이 단장을 독차지해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6일 과학기술부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등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장 9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학 교수는 서울의대 문신용 교수 한 명 뿐이고 나머지 8명의 단장을 생명공학연구원 오태광 박사 등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진이 차지했다.

모두 25명의 후보가 나섰던 이번 공개 모집에서 정부출연연구소는 15명 가운데 8명이 뽑혔으나, 도전장을 낸 8명의 교수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떨어졌다.

이로써 총 19명의 프론티어사업단 단장 가운데 2명만 교수이고, 16개는 정부출연연구소 출신이 단장이 됐다.

프론티어사업단장은 10년 동안 수백명의 연구자들에게 1000억원의 연구비를 나눠주는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다. 선정을 맡은 위원장인 과학기술부 유희열 차관은 “전적으로 심사위원의 평가 점수에 따라 단장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심사에서 탈락한 서울대 강사욱 교수, 연세대 백융기 교수, 세종대 김정엽 교수, 경희대 장진 교수는 출연연구소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심사위원이 위촉됐거나, 경쟁자인 출연연구소 연구자가 해당 분야의 연구 경험이 일천한데도 단장으로 뽑혔다며 등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의 교수는 “전체 박사급 인력의 80%가 대학에 몰려있는데 단장은 출연연구소 일색”이라며 “과기부가 연구개발의 성공보다 산하기관이나 마찬가지인 출연연구소 간부를 내세워 손쉽게 프로젝트를 통제 관리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99년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단장 등을 선정할 때도 평가를 하러온 심사위원을 심사도 하지 않은 채 되돌려보내고 서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정부출연연구소 후보를 단장으로 뽑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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