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 수열' 자연신비 푼다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33분



신록의 계절이 왔다. 꽃과 꽃잎 그리고 식물의 잎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찾아보자.

이 수열은 식물뿐 아니라 고둥이나 소라의 나선구조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 수열은 운명적으로 ‘신의 비율’인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황금비는 피라미드 파르테논신전이나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시작해 오늘날에는 신용카드와 담배갑의 가로 세로 비율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인간만 황금비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황금비는 태풍과 은하수의 형태, 초식동물의 뿔, 바다의 파도에도 있다.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의 비율도 황금비이다. 이런 사례를 찾다보면 우주가 피보나치 수열의 장난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수열은 12세기 말 이탈리아 천재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제안했다.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이 수열이다. 이 숫자는 1123581321345589144233…가 된다. 모든 숫자가 앞선 두 숫자의 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의 꽃잎을 세어보면 거의 모든 꽃잎이 3장 5장 8장 13장…으로 되어 있다. 백합과 붓꽃은 꽃잎이 3장, 채송화 패랭이 동백 야생장미는 5장, 모란 코스모스는 8장, 금불초와 금잔화는 13장이다. 애스터와 치코리는 21장, 질경이와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종류에 따라 55장과 89장이다.

고둥도 한 변의 길이가 피보나치 수열인 정사각형들이 만들어낸 나선 모양을 하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해바라기나 데이지 꽃머리의 씨앗 배치에도 존재한다.

최소 공간에 최대의 씨앗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최적의 수학적 해법’으로 꽃은 피보나치 수열을 선택한다. 씨앗은 꽃머리에서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방향으로 엇갈리게 나선 모양으로 자리잡는다.데이지 꽃 머리에는 서로 다른 34개와 55개의 나선이 있고, 해바라기 꽃머리에는 55개와 89개의 나선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식물의 잎차례이다. 잎차례는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하는 방식이다. 잎차례는 t/n으로 표시한다. t번 회전하는 동안 잎이 n개 나오는 비율이 참나무는 벚꽃 사과는 2/5이고, 포플러 장미 배 버드나무는 3/8, 갯버들과 아몬드는 5/13이다. 모두 피보나치 숫자다. 전체 식물의 90%가 피보나치 수열의 잎차례를 따르고 있다.

이처럼 잎차례가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 것은 이것이 잎이 바로 위의 잎에 가리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수학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신비롭게도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2/1 3/2 5/3 8/5…를 계속 계산하면 1.618…이란 황금비에 수렴한다.

음악의 거장 바르톡은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음악의 마디를 나누고 황금분할점에 클라이막스를 두는 새로운 음악을 제창하기도 했다.

서울대 김홍종 교수(수학)는 “전에는 식물의 DNA가 피보나치 수열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으나, 요즘에는 식물의 씨앗이나 잎이 먼저 나온 씨나 잎을 비집고 새로 자라면서 환경에 적응해 최적의 성장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보나치 수열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에는 생물뿐 아니라 전하를 입힌 기름방울을 순서대로 떨어뜨려도 해바라기 씨앗처럼 퍼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가 생물은 물론 자연과 우주 어디에나 숨어있다고 믿는 수학자가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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