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로봇세상에선…한국이 축구최강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20분


KAIST의 두발 축구 로봇 '한사람2'.
KAIST의 두발 축구 로봇 '한사람2'.
월드컵 우승은 한국의 인간 축구팀으로서는 머나먼 꿈이다. 하지만 로봇 축구팀은 한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다.

손바닥 크기의 로봇들이 겨루는 ‘로봇 축구’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한국 과학자가 경기를 만들어냈고 지난 4년 동안 줄곧 우승을 차지해왔다.

한국이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 동안 ‘또 하나의 월드컵’인 세계로봇축구대회(조직위원장 최영환 과학문화재단 이사장)를 연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24개 나라에서 74팀, 한국에서 126개 팀이 참가한다.

참가팀들은 23일부터 이틀 간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5개 도시에서 예선전을 벌이고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3호선 학여울역)에서 우승팀을 가린다.

“과학기술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 내가 하는 연구를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경기가 로봇 축구였습니다.” 1995년 한국의 실리콘 밸리인 대덕연구단지에서 경기를 제안한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과 김종환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한국과 함께 일본 미국 독일도 강팀”이라며 “특히 최근 국내 대회를 석권한 성균관대 킹고팀이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귀띔했다.

박종환 감독과 이름이 비슷한 그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축구 로봇은 기본적인 전자부품을 모두 한데 결합시켜 만든 기술의 총아”라는 그는 “축구는 플레이어와 관중의 마음 상태에 영향을 받지만 로봇 축구에는 기술의 경쟁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로봇 축구도 스피드와 기동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하지만 팀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보통 로봇은 골키퍼, 공격수, 수비수 등 3대 또는 5대가 팀을 이뤄 탁구대 크기의 경기장에서 골을 넣는다. 하지만 과격한 플레이를 하면 사람 심판이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준다. 물론 작전 타임도 있다.

이번에 대회에 출전하는 과학기술원 2학년 최승환군은 “미리 컴퓨터에 모든 프로그램을 입력해 놓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 경기가 시작되면 아무도 로봇을 만지거나 조작할 수 없다. 리모트 컨트롤 게임이 아니다”고 말한다.

손바닥 크기의 전형적인 축구 로봇의 구조.

축구 로봇은 뇌에 해당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배터리, 바퀴, 안테나로 구성돼 있다. 경기장 위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컴퓨터가 각 로봇에 무선통신으로 지시를 내려 드리블과 패스 또는 슛을 하게 한다.

김 교수는 “언젠가는 11명의 로봇 플레이어가 벌이는 경기를 만들고 싶지만 훨씬 복잡한 기술과 함께 통신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에 김 교수가 선보이는 야심작은 두발 로봇 축구 경기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올해부터 시작된 이 경기를 위해 그는 기존의 축구로봇보다 10배나 비싼 1500만원짜리 ‘한사람Ⅱ’ 로봇을 만들었다. 앞뒤 또는 옆으로 걸을 수 있는 이 ‘인간형 축구 로봇’은 개막식 때 태극기를 들고 입장해 다른 6개의 두발 로봇과 축구 경기도 하게 된다.

김 교수는 자신의 로봇 축구 기술이 좀더 발전해 가정에서 일을 도와주고 아기도 돌보는 가정용 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다.

“로봇의 역사는 지금이 아주 초기일 뿐”이라는 그는 “10년 뒤에는 지금의 휴대폰처럼 로봇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용 컴퓨터도 개인용 로봇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인 그는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로봇축구대회의 모든 것은 www.dongascience.com/fira에서 볼 수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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