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 한국열풍<8>]日생활 파고든 IT

  • 입력 2002년 5월 1일 17시 57분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 시부야(澁谷). 그 한복판에 있는 대형건물 지토세(千歲)회관 내 인터넷카페 ‘넷카’(www.necca.ne.jp)는 평일 대낮에도 항상 붐빈다.

100평 남짓한 매장 내 PC 단말기만 80여대. 밝고 편안한 카페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빽빽이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실내를 둘러봐도 한국 관련 표시는 하나도 없지만 운영업체가 e삼성저팬의 자회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넷카는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12월 오픈한 지 1년5개월 만에 이용회원은 2만여명. 한국 국내 PC방의 평균 회원수가 3000명 내외인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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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카의 성공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PC방이 붐을 이루고 있다. e삼성도 8개 점포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00곳으로 늘릴 예정. 벌써부터 40개 일본기업이 손잡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넷카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벤처기업가들도 적지 않다.

일주일에 2, 3번 찾는다는 다나카 마사오(田中正男·25·회사원)는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 회선이 느려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없었는데 여기는 통신회선이 빨라 인터넷을 하면 속이 후련해진다”며 “한국IT는 인프라는 물론 게임기술 등 콘텐츠 면에서도 크게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이 크게 뒤져 있고 일반 가정에서는 일반 전화선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넷카가 아니더라도 한국IT에 대해서만큼은 일본인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니가타(新潟)시 등 각 도시의 IT프로젝트를 한국업체가 수주했고, 한중일 3국의 IT업체를 잇는 ‘e실크로드’도 삿포로(札幌) 시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한국업체가 주도했다.

한국IT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에 힘입어 일본에 진출한 한국업체는 130여개사나 된다.

그러다보니 서점가에서 ‘한국 인터넷의 노하우를 훔쳐라’ 등 한국IT 개론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한국의 IT에 관한 세미나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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