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이상기온에 “겨울잠이 안와요”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58분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해 9월 지리산에 방사했던 반달곰 3마리가 지금까지 동면에 들어가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가을 전남 구례군 지리산 문수리골에서 국내 처음으로 자연방사됐던 새끼 반달가슴곰 3마리가 현재 하루 8㎞ 정도씩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반달곰이 동면하는 시기는 통상 12월 초순. 이 때가 되면 지리산에는 눈이 30㎝ 이상 쌓이면서 혹한기가 시작되고 먹잇감이 사라져 곰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겨울잠을 자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눈이 많이 쌓이지 않은 데다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반달곰들이 사방에 널린 먹잇감 때문에 겨울을 잊고 산다는 것.

국립환경연구원이 멸종 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을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태어난 직후부터 적응훈련을 시켜 방사한 이들 반달곰은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상태로 살고 있다.

현재 수컷인 ‘장군’과 ‘반돌이’는 항상 붙어 다니는 반면 암컷인 ‘반순이’는 따로 떨어져 지내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兪炳浩) 야생동물과장은 “곰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때 겨울잠을 잔다”며 “이들 반달곰은 당장 내일이라도 폭설이 내려 먹잇감을 찾지 못하게 되면 2, 3개월간 겨울잠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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