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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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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는 오염이 심한 도시와 교외에 사는 소나무 꽃가루 4000개의 활력도를 분석해 26일 열리는 한국생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염에 찌든 서울 남산과 여천공단의 꽃가루가 청정지역의 꽃가루보다 활력도가 훨씬 떨어졌다.
식물의 수정은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에서 발아하면서 혀처럼 긴 관을 내밀어 이 관을 통해 정핵 등을 내보내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꽃가루를 인공발화시킨 결과 꽃가루관이 자라난 길이가 오염이 심한 남산의 꽃가루는 광릉의 꽃가루보다 20%나 짧았다. 또 남산 소나무의 꽃가루 발아율은 광릉 꽃가루의 발아율보다 10% 정도 떨어졌다.
또 여천공단 1㎞ 이내의 소나무 꽃가루는 순천 야산 꽃가루보다 꽃가루관의 길이가 36%나 짧았고, 발아율도 7%가 낮았다.
이 교수는 “사람의 정자가 환경호르몬에 의해 숫자가 줄어들고, 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식물의 꽃가루도 환경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식물도 동물처럼 암술머리에 꽃가루가 떨어지면 흥분한다. 암술과 꽃가루 사이의 상호인식을 통해 자기와 동일한 종의 꽃가루임이 확인되면 옥신이란 호르몬이 섞인 점액질 물질이 분비돼 암술머리가 축축해진다. 이 호르몬이 꽃가루의 발아와 꽃가루관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 교수는 “환경호르몬이 여성호르몬을 흉내내 동물의 생식을 교란시키는 것처럼, 식물도 환경오염 때문에 꽃가루와 암술 사이의 상호 인식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