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센터 건립지 확정 외나로도 주민들 표정]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43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떠난다는 것이 아쉽지만 국내 첫 우주발사기지가 우리 마을에 세워진다는 게 무척 자랑스러워요.”

우주센터 건립지로 확정된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 일대 주민들은 오지 어촌이 한국을 대표할 우주산업의 메카로 개발된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그동안 마을 일대가 우주센터 건립 후보지로 오르내리면서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던 주민들은 30일 정부의 발표가 알려지자마자 면사무소 앞에 ‘우주센터 건립 확정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환호했다.

주민들은 “나로도가 오래 전부터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렸는데 이제 다시 옛 명성을 찾은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나로도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나라섬’으로 불려오다 일제강점기 우리 지명이 한자로 바뀌면서 뜻보다는 음을 딴 나로도(羅老島)가 됐다.

주민들은 우주센터 건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한편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예내리 하반마을 이장 김동민씨(66)는 “해산물이 풍부해 어촌 중에서 부촌으로 손꼽히는 마을을 등져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섬 주민 대부분이 60, 70대여서 정부가 충분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나로도는 전체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약 3.5배인 29.29㎢로 81년 섬 전체와 인근 고흥반도 남동부 일대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94년 육지와 내나로도, 95년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연결하는 두 개의 나로대교가 준공돼 육지와 이어졌다.

<고흥〓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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