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항법장치, 6배 정확해져…차량용 200만원선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39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올해 5월 민간인들도 정밀한 군사용 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성 신호를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게 개방했다. 오차를 6분의 1로 줄인 이 조처 이후 차량, 선박의 길잡이와 레저용으로 위치확인시스템의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조처로 위치 파악이 정확해졌는지 알기 위해 자동차항법장치를 내장한 승용차로 지난달 30일 광화문∼청와대∼북악스카이웨이 구간을 시험 운전했다. 이 자동차에는 현대자동차에 항법장치를 납품하는 현대오토넷의 ‘HNS3000’이 부착됐다.

차에 올라타자 오른편 액정화면에는 광화문 일대 지도가 펼쳐지고, 차가 서 있는 동아일보사가 삼각형으로 나타났다. 단추를 눌러 지도를 확대한 다음 목적지인 청와대와 팔각정을 지도 위에 클릭했다.

컴퓨터는 목적지까지 최단코스를 계산해 화면 위에 붉은 선으로 경로를 표시했다. 핸들을 잡고 세종로를 달리자 노래가 나오던 스피커는 소리를 낮추고 “700m 앞에서 좌회전하세요”라고 지시했다. 차는 회전해야할 교차로에 가까워질 때마다 300m, 50m 앞에서 우회전 또는 좌회전하라는 안내를 반복하면서 정확히 청와대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고, 길 안내 소리만 듣고도 목적지까지 가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또 이 장치는 지도회전기능도 있어 차가 회전할 때마다 지도의 방향도 바뀐다. 위치확인시스템은 위성신호가 잘 안잡히는 산악지형이나 빌딩숲속의 도로에서는 약하다. 그래서 일부러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려 팔각정까지 올라갔지만, 산악 지형에서도 화면상의 현재의 위치는 우리가 달리는 길을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기자는 2년 전 위치측정시스템이 국내에 첫 등장했을 때도 이 장치가 붙은 승용차를 운전했었다. 그때는 차가 종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화면에는 청계천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또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사거리를 지나고 난 뒤 우회전하라는 지시가 나와 골탕을 먹기도 했다.

당시 위치확인시스템의 오차는 100m정도였다. 본래 GPS 위성은 미국 국방부가 미사일을 목표지점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했지만, 위성이 전파에 실어 보내는 위치·시간 정보에 일부러 오차 신호를 넣는 방법으로 정밀도를 떨어뜨려 그동안 민간도 쓸 수 있게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민간인도 군사용 신호를 쓸 수 있게 됨으로써 오차가 15∼18m로 줄었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군인들이 쓰던 이 시스템을 대중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보급을 가로막는 것은 가격. 이날 시험한 자동차 전용 시스템을 갖추려면 200만∼250만원이 든다.

하지만 대우통신의 ‘오토파일럿’을 구입할 경우 노트북PC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54만원에 GPS 수신기, 전자지도, 고정대, 차량용 전원변환장치를 갖출 수 있다. 이 장치의 단점은 주행 중 노트북컴퓨터를 계속 켜놓을 경우 진동에 의해 하드디스크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장치를 산 충남 당진의 최진우씨는 “밤이라 안개가 끼어서 거의 안보였는데도 갈 길을 정확히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앞으로 1∼2년 안에 국내기업들은 무선인터넷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수신해 목적지까지가장 빠른 경로와 소요 시간을 계산해주고, 음식점을 검색해 메뉴를 확인하고 즉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할 수 있는 3세대 자동차항법장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장치가 실용화되면 운전자는 현재의 평면 지도가 아니라 빌딩 숲 속에서 자동차 경기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것 같은 3차원 입체 화면을 보면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위치측정시스템은 고도 2만㎞ 상공에서 항상 지구를 돌고 있는 24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1초마다 정보를 받아 자신의 현재 위치를 수치 지도상에 표시한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번개가 쳤을 때 소리가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재 얼마나 먼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지상 시스템은 여러 개의 위성이 보내오는 궤도·시간 신호를 분석해 각각의 위성에서 떨어진 거리를 구한 다음 3각 측량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위치확인시스템▼

위치확인시스템은 고도 2만㎞ 상공에서 항상 지구를 돌고 있는 24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1초마다 정보를 받아 자신의 현재 위치를 수치 지도상에 표시한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번개가 쳤을 때 소리가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재 얼마나 먼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지상 시스템은 여러 개의 위성이 보내오는 궤도·시간 신호를 분석해 각각의 위성에서 떨어진 거리를 구한 다음 3각 측량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역사속 비행체' 연제▼

제트기와 우주선이 등장한 지금까지도 인간의 힘만으로 하늘을 날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학통신원 박계향씨가 dongaScience.com에 연재 중인 ‘역사 속 비행체’ 시리즈는 이런 인간의 이색적인 몸부림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력 비행의 신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를 시작, 마침내 1988년 4월 그리스 신화에서 처럼 115㎞의 에게해를 3시간 45분만에 비행해 건너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본도 ‘국제 조(鳥)인간 비행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고 합니다.

<이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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