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이 뭐길래…네티즌이 쓰는 연예스타소설, 검열 논란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41분


요즘 인터넷 상에는 ‘사이버 검열’ 논란과 함께 ‘팬픽’에 열광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팬픽을 문학 장르로 인정하라’는 게시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과연 팬픽이 뭐기에 네티즌들을 이처럼 흥분하게 할까.

▽팬픽(FanFic)이란〓팬(Fan)과 픽션(Fiction·소설)의 합성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을 말한다. 2, 3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해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팬픽’을 키워드로 넣으면 수백개의 사이트 목록이 뜬다. 내용도 다양해 무협지에서 판타지, 순정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장르를 넘나든다.

작가는 대부분 10대 소녀팬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내 서로 돌려가며 읽는 것이 원래 팬픽 창작의 취지였다. 팬픽은 스타에 대한 열정을 글 쓰기를 통해 표출하고 팬클럽 활동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대상은 대부분 남성 연예인〓얼마 전부터 ‘팬픽 문학’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팬픽 중 많은 작품이 동성애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팬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은 대부분 ‘H.O.T’ ‘신화’ ‘젝스키스’ 등 남성인기그룹. 이들 남성그룹 멤버끼리의 ‘사랑’을 다룬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떤 팬픽 사이트에서는 ‘H.O.T’ 멤버를 두 명씩 조합시켜 놓고 어떤 ‘커플’이 가장 이상적인지 묻기도 한다.

동성애가 주요 소재가 된 이유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하는 ‘오빠’를 빼앗기기 싫은 소녀팬들의 심리가 주된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른들은 몰라요〓정보통신부의 법률 개정안은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포함하고 있다.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해서는 정보제공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내용등급을 표시하라는 것이다. 팬픽에 열광하는 소녀팬들은 팬픽이 청소년 유해정보로 구분될 것을 우려해 정부 방침에 적극 반발하고 있다는 것. 이들 중 다수는 26일 정통부 홈페이지에 대한 해킹 공격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걸고 정부와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성애 묘사’에 치중한 팬픽도 등장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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