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숨기려 의사가 기록조작…재판과정서 밝혀져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3분


의료사고를 낸 대형병원 의사들이 사건발생 이후 진료기록 등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선중·金善中부장판사)는 26일 의료사고로 신생아를 잃은 조모씨와 가족이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병원은 조씨 등에게 1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원이 분만예정일이 닥친 조씨와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지 않아 태아의 심장박동 및 자궁수축 전자감시장치의 그래프에 나타난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 때문에 태아가 결국 사망하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발생 후 의사들이 차트에 기록된 태아심박수와 점검시간을 바꾸고 없던 기록을 추가로 적어 넣는 등 자료를 변작(變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의사들의 증언 역시 주관적인 기억을 진술한 것에 불과하고 사후에 말을 맞추었을 가능성이 있어 신빙성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담당의사는 재판과정에서 “잘못 작성한 진료기록을 수정하기 위해 고쳤을 뿐이다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97년 9월 강북삼성병원에 입원,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 심박수 그래프가 그려지지 않는데도 병원측이 이를 간과하는 바람에 태아의 심박수가 정상치인 분당 120∼160회보다 낮은 분당 50회까지 떨어져 뒤늦게 이를 발견한 의사들이 제왕절개수술을 했으나 신생아가 출생 몇 시간만에 숨지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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