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소프트시스템 오세문사장]주린 배로 일군 '35억 매출'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매출액 200만원에서 35억원….’ ㈜나래소프트시스템 오세문(吳世文·31)사장은 지난 2년간 자리를 지켜준 직원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매출액 200만원의 ‘구멍가게’가 35억원을 내다보는 전도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월급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묵묵히 견뎌온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

직원 7명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나래소프트시스템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0월 직원 3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인하공전 전산과를 나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에서 5년간 근무한 오사장은 학교 후배 2명과 함께 자본금 25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은 세계최대의 반도체 D램 생산국이지만 반도체 생산장비나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이 현실.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주면서 일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경기 안산시에 사무실을 구해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가면서 그나마 수입원이었던 일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작업조차 따낼 수 없었다. 97년 첫해 매출액은 200만원, 98년 매출도 2700만원에 그쳤다.

오사장은 참담했지만 이 시기를 오히려 기술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았다. 친지로부터 돈을 빌려 직원들에게 매달 10만원의 교통비만 지급하고 사무실에 기거하면서 연구에 몰두한 그는 1년 뒤인 지난해 3월 자동농도조절장치(ACCS)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세정 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물질의 농도를 제어하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ACCS는 삼성 현대 동부전자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그는 포항제철의 자회사인 포스코술즈㈜에 시제품 6세트(1억8700만원)를 납품해 1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도록 했다. 이후 동부전자 S전자 H전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은 특히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은 물론 일본으로 역수출까지 기대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5억원. 내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오사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밖에 줄 게 없었다”면서 “내년에 코스닥에 등록하면 직원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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