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불청객 모기]애앵~ 모기와의 전쟁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45분


한여름밤의 불청객 모기.

날씨도 더운데 밤에 모기까지 덩달아 기승을 부리면 짜증은 두 배. 하지만 더위는 모기가 성장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기온이 높으면 모기의 성장기간이 짧아져 일시에 많은 모기가 성장해 나온다.

또 모기는 성충 단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물은 모기의 성장에 필수요소다. 장마철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물웅덩이가 많이 생기면 모기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국립보건원 이원자 박사에 따르면 모기는 현재 세계적으로 2천7백여종이 있다. 열대지방과 온대지방에 주로 서식하지만 생존력이 강해 깊숙한 탄광의 지하터널에서부터 해발 4000m의 고지까지 모두 모기의 무대다.

모기는 알―유충―번데기 시기에는 물속 생활을 하다가 성충이 되면 육상생활을 한다. 알에서 성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6일 정도. 일단 성충이 된 모기는 약 1개월 정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천적에 의해 그전에 죽으므로 평균 수명은 5∼10일 정도다.

모기에 물린 곳은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렵다. 이는 모기의 침 때문이다. 모기가 피를 빨 때 분비하는 침은 물리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마취기능과 빠는 동안 혈액의 응고를 막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모기의 침은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가렵고 붓게 만든다.

모든 모기가 사람을 무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산란기를 앞둔 암컷모기만이 사람을 문다. 교미를 한 암컷은 몸 속에 알을 키우는데 이 때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암컷 모기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이다. 하지만 산란기가 아니면 모기들은 벌처럼 식물의 꿀과 수액을 주식으로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도 유독 모기에 많이 물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뚱뚱하고 땀이 많은 사람이다.

모기가 흡혈대상을 찾을 때는 동물이 발산하는 이산화탄소 체취 체온 습기 등을 이용한다.

1,2m 정도의 거리에서는 체온이나 습기를 감지하지만, 10∼15m의 떨어진 거리에서는 바람에 실려오는 이산화탄소로 대상을 찾는다. 이보다 더 먼 거리에서는 피부분비샘에서 나오는 젖산 아미노산 요산 암모니아 등의 냄새를 맡고 대상을 찾아낸다.

몸집이 크고 뚱뚱한 사람들은 대사작용이 활발해 몸에 열이 많고, 땀이 많아 모기가 멀리서도 찾을 수 있다.

운동을 하고 난 후에는 젖산 분비가 많고 땀이 나서 모기의 좋은 공격대상이 되므로 곧바로 깨끗이 씻어주어야 한다. 또한 비누나 향수 냄새는 오히려 모기를 유인할 염려가 있다.강한 향은 삼가는 게 좋다.

<전용훈 과학동아기자>sunbijun@donga.com

▼우리나라도 말라리아 빨간불▼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에서 말라리아는 뇌염과 함께 최고의 악명을 떨치고 있다.

말라라리아는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빤 모기를 매개로 전염된다. 말라리아의 원인이 되는 원충은 처음에는 간에서 잠복하다 적혈구세포로 옮겨가 적혈구를 파괴한다.

한햇동안 세계적으로 150만∼270만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 주로 사하라 사막 이하 아프리카에서 사망자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말라리아가 전방지역의 군인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해 이미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전역을 비롯, 인천 경기 강원도 내 13개 시군 구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됐다.

다행히 국내에서 발병하는 말라리아는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가 아니라 오한과 고열이 하루걸러 3일마다 반복되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말라리아가 위험한 것은 아직 백신과 같은 예방법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염된 말라리아 원충은 다시 모기의 침샘으로 이동할 때까지 10여가지의 형태변화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원충이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어렵다. 게다가 원충이 모기의 특정 효소를 이용해 증식하는 과정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모기 대신 초파리에 말라리아 원충을 감염시켜 증식과정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초파리는 오랫동안 유전학 연구에서 실험동물로 이용돼 왔고, 올해 3월에는 게놈 염기서열마저 모두 분석됐기 때문에 유전자 단위의 연구도 가능하다.

만약 말라리아 원충에 관련된 초파리의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모기 유전자에 비교해 보면 백신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이 유전자를 변형시켜 말라리아 원충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영완 과학동아기자>puset@donga.com

▼모기퇴치 첨단기법▼

여름날 해거름에 집집마다 마당에 피워 놓은 모깃불에서 나는 매캐한 연기와 쑥내음. 모깃불로 ‘한여름밤의 불청객’을 쫓던 것도 이제 과거의 일이고 여기에도 첨단과학이 활용되고 있다.

모깃불은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사람에게 달려 든다는 점을 이용한 것. 연기를 통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모기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모기향은 연기에 살충성분을까지 섞은 것이다.

모기향의 살충성분은 국화과 식물인 제충국(除蟲菊)꽃에서 추출한 피레스린이라는 물질.

요즘에는 인공적으로 대량 합성한다. 종이 매트, 액체형 훈증식 전자모기향의 살충성분도 근본적으로 동일한 물질.

뿌리는 모기약은 살충성분을 석유로 녹인 뒤 액화석유가스를 이용해 기체상태로 변화시켜 공중에 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석유와 액화석유가스의 비율은 어떤 해충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모기와 같이 날아다니는 해충을 잡을 땐 공중에 더 오래 떠 있어야 하므로 액화석유가스 성분이 더 많이 들어간다.

최근에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첨단 모기퇴치법이 각광받고 있다. 피를 빠는 산란기의 암컷모기는 수컷모기를 기피한다. 초음파모기퇴치기는 이런 암컷모기의 특성을 이용한 것. 수컷모기의 소리대역인 1만2000―1만7000㎐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암컷모기를 쫓는다.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말 그대로 ‘씨를 말리는’ 것이다. 생명공학을 이용한 생물방제법은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가 즐겨먹는 클로렐라나 부유성 박테리아에 독성물질이나 소화억제 호르몬을 집어넣어, 이를 먹은 장구벌레가 결국 독으로 죽거나 영양부족으로 죽게 한다.

여기에서도 살아남은 장구벌레는 미꾸라지가 먹어치운다. 미꾸라지를 모기유충이 사는 늪지에 방류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꾸라지는 하루 1000마리의 모기유충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어떤 살충제보다 효과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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