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비밀 해독]인체과학의 열쇠 '프로테옴'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프로테옴(Proteome)에 주목하라.’ 휴먼 게놈의 정체가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프로테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게놈이 사람이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라면 프로테옴은 특정 세포나 특수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작용하는 단백질의 총합. 프로테옴은 1995년 과학자 마크 윌킨스가 만든 용어로 프로테인(Protein·단백질)과 옴(Ome·전체)의 합성어다.

세포에 세균이 침투하거나 세포가 분열할 때 등 외부환경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단백질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망라한 것이 바로 프로테옴.

▽단백질〓게놈의 유전정보에 따라 만들어지고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본물질. 단백질 생성에는 RNA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RNA의 한 종류인 전령RNA가 세포핵 속 DNA의 ‘단백질 제조 정보’를 복사해 세포질 속 단백질 제조공장인 리보좀으로 갖고 간다. 다음으로 운반RNA는 공장 바깥에서 아미노산을 갖고 온다. 아미노산의 다발이 단백질.

그런데 인간의 게놈은 원칙적으로 모든 세포에서 같기 때문에 세포마다 같은 단백질이 나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엄마 뱃속의 배아 단계에서 세포가 분열할 때 DNA의 특정부위에 사용 유무를 가리는 딱지가 붙게돼 유전자의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는 외부 환경에 따라 단백질을 만들기도 하고 잠자코 있기도 한다.

▽프로테옴〓게놈프로젝트의 완성만으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데 관여하고 합성된 단백질이 실제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알아야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프로테옴 프로젝트. 게놈프로젝트와 보완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암조직에는 있지만 정상조직에는 없는 단백질을 찾아내 거꾸로 추적해 가면 게놈의 어떤 유전자가 고장나 암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게놈을 통해 정상유전자와 암유전자의 차이를 알아낸 다음 암에 걸렸을 때의 프로테옴을 알 수도 있다. 한약을 먹었을 때 프로테옴을 알아내 한약이 어떻게 좋은지 알아낼 수도 있다.

게놈은 특허대상이 아니지만 프로테옴은 하나하나가 특허대상이다. 인체 내 프로테옴의 모든 것을 밝힌다는 것은 곧 인간의 모든 신체작용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2차원 전기영동법으로 분리한 단백질을 초고속 질량분석기로 분석한 다음 데이터를 처리해 세포 내 단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내고 있다.

선진국 특허청에는 이에 관한 특허신청이 빗발치고 있다. 영국의 OGCS사는 이 분야 선두기업이며 셀레라 제노믹스도 최근 이 분야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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