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 3세대 386디지털 리더들 인터넷 사업 진두지휘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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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디지털 리더’들이 재계의 실세(實勢)로 떠오르고 있다.산업 전반이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패기와 인터넷 마인드를 갖춘 3세 오너들이 무대 전면에 등장해 기업의 변혁을 이끌고 있는 것.

이들은 선대가 이룩한 가업의 수성(守成)에 안주하지 않는다.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계의 변화를 주도한다.특히 ‘검증받지 못한 2,3세대 경영인은 설 자리가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트 재벌’시대를 향한 치열한 각축전〓고 최종현 SK회장의 장남인 최태원(崔泰源·40) SK주회장은 요즘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대표적인 ‘386 리더’.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본인이 주요 재벌 오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재벌 소멸론’을 강조했다. “한국의 재벌은 경쟁력이 없는 경제모델이기 때문에 앞으로 10∼15년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소신은 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재 회사내 인터넷 사업인 사이버LMC를 진두 지휘하면서 사내(社內) 영어회의를 주도하는 등 SK그룹 ‘변화’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李在鎔·32)씨는 삼성그룹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총괄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지난 95년부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 사채(BW),유상증자 후 실권주 취득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의 상속절차를 밟아온 그는 최근 삼성그룹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e삼성’을 이끌고 있다.e삼성의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자금부장 출신의 김성훈 사장이지만 재용씨는 e삼성의 지분 60%를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e삼성은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간접 지원과 함께 삼성을 아시아의 인터넷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이에 따라 미국와 일본 싱가폴 중국 등에 총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오픈 타이드(open tide)라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에 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이미 삼성SDS의 분사,삼성의 새롬기술 지분 참여 등 그룹내 인터넷 벤처사업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력사업의 과감한 개편〓이재현(李在賢·40)드림라인 회장은 지난 3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드림라인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제당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고 이병철(李秉喆)삼성회장의 장손자인 그는 제일제당 그룹의 주력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해외 정보통신 및 인터넷 관련 유력 회사들과 교분을 바탕으로 드림라인과 해외 유수 통신 및 인터넷 사업자간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택배업 진출 영상콘텐츠 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뛰고 있다.

이밖에 정세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장남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鄭夢奎·39)회장은 최근 ‘발상을 깬다’는 슬로건으로 e비즈니스를 통한 새 그룹 설립을 꿈꾸고 있다.이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인터넷,생명공학 관련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본인이 직접 미국 AOL등 기업 대표를 만나 출자 제의를 하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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