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온다" 인터넷업계 비상

  • 입력 2000년 6월 14일 18시 51분


‘삼성이 온다….’

오프라인의 최대 강자 삼성그룹이 ‘황태자’ 이재용씨(31)를 앞세워 인터넷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벤처업계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인터넷 전략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진행시켜온 삼성은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기구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로 삼성SDS 미주법인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한 김기종이사를 선임했다. 물론 삼성 인터넷 비즈니스의 총책임자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

▽오픈타이드(Open tide)로 아시아시장 석권〓삼성은 김기종 이사가 CEO로 내정된 ‘오픈타이드코리아’라는 인터넷사업 추진 회사를 자본금 200억원에 설립한 것을 비롯, 중국 일본 싱가포르 미국에 각각 동일한 자본금의 오픈타이드 계열사를 설립했다. 5개 국내외 법인의 초기 자본금만 1000억원.

오픈타이드는 외형적으로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웹 에이전시(web agency)를 표방한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집중적인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면서 설립된 오픈타이드코리아의 창립 멤버는 45명선. 그룹 내에서 인터넷에 관한 뛰어난 인재들은 모두 불러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픈타이드는 삼성그룹의 핵심적인 전략이나 기획 기능 등을 모두 가져와 그룹의 인터넷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터넷 보안과 인증 전자화폐 분야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물론 웹디자인 컨설팅에 이르는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 지휘하게 된다.

특히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인터넷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과 관련, 삼성의 유명세로 인터넷 업계를 장악해 외국기업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터넷 벤처업계에서 한국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

중국법인인 오픈타이드차이나의 경우 주재원 6명에 현지에서 34명의 직원을 채용해 40명으로 출범했으며 나머지 현지법인들도 파견 직원과 현지의 유능한 인재들을 대거 뽑아 아시아권을 연결하는 인터넷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

▽관련 벤처업계 연일 대책회의〓삼성 인터넷 부문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벤처업계는 요즘 관련회사 사장들이 연일 함께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하다.

웹에이전시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익인터넷을 비롯해 클릭 클라우드나인 넷퀘스트 등 관련업체 사장들은 대책회의 외에도 삼성의 웹에이전시 시장 진출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넷퀘스트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 인력을 가진 삼성이 웹에이전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사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벤처기업의 경우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삼성이나 SK 현대 등 다른 대기업과 적극적으로 제휴함으로써 틈새 시장을 챙기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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