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차이나닷컴회장 "한국 벤처에 1억달러 투자"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중국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차이나 닷컴(www.china.com)의 피터 입 회장(47)이 서울에 왔다.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이다. 피터 입의 한국 진출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중국의 12억 인구가 우상으로 받드는 인터넷 전도사이다. 오늘날 중국이 인터넷분야에서 세계 선두수준을 유지하게 된 데에는 그의 공이 크다.

피터 입은 원래 홍콩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유펜(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과 실리콘밸리 등을 전전하며 컴퓨터시스템 산업에 주로 종사했다. 인터넷 붐이 일어나던 1995년에 차이나 닷 컴을 등록하고 종합 인터넷포털 사업에 착수했다. 중국에 관한 정보를 구하거나 중국인과 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포털로 성장해 갔다. 하루접속횟수는 평균 1600만 회선. 접속량으로는 중국4위이지만 내용면에서는 단연 톱이다.

피터 입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1999년 7월 미국 나스닥 등록을 성사시키면서부터. 미국 나스닥에 아시아 기업이 정식으로 등록을 한 것은 차이나 닷컴이 처음이다. 아시아에도 유망한 벤처가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 시장에 최초로 알린 인물이다.

피터 입은 중국의 실세들과도 교분이 깊다. 신화사통신 등에 지분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친교를 다져나갔다. 동남아의 화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인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터 입은 한국의 인터넷산업에 대해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다. 7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인터넷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한국 벤처들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하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으로 1억달러를 한국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피터 입 회장이 밝힌 국내 투자 1억달러는 차이나 닷컴이 보유한 현금 5억6000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중국과 대만, 홍콩 등을 아우르는 중국권 지역을 제외하곤 최대 투자액수다. 그는 “중국 정부와의 대형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중국권에 올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벤처와의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 투자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차이나 닷컴은 이미 인터넷솔루션기업 웹커넥션의 국내 지사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작설립한 인터넷광고회사 24/7미디어코리아 외에도 4개 국내 벤처에 투자, 55∼7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 7월에는 영국계 리전트사 및 우리나라의 보험 증권 은행들과 손잡고 대형 금융 포털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투자창구는 템플턴사의 한국지사장을 지낸 잭 린 차이나 닷컴 전략담당 부사장(jack.lin@hk.china.com)

피터 입이 한국과 중국 인터넷을 연결하는 가교가 될지 주목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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