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늘 곁에 두고 일해요"…사무실~집 실시간 화상채팅

  • 입력 2000년 5월 29일 21시 04분


‘식사중입니다.’

김영민씨(34·㈜영산정보통신 차장)의 책상 위엔 조그마한 푯말이 하나 놓여 있다.

2월말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긴 뒤 퇴근 시간이 늦어지자 아이와 아내의 얼굴을 볼 시간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한달전 생각해 낸 것이 얼굴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한 ‘화상채팅’.

“컴퓨터에 카메라를 설치하면 아내와 아이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로 제가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물론 저도 회사의 컴퓨터모니터로 식구들을 볼 수 있구요.”

김씨부부는 아예 고등학교 교사인 이지숙씨(32)가 퇴근해 집에 도착하는 오후 6시경부터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컴퓨터의 메신저와 카메라를 통해 ‘접속’한다.

그런데 얼마 전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야근한다던 남편을 아무리 아내 이씨가 ‘콜’해도 대답이 없었던 것.

“이젠 외출할 땐 카메라 앞에 ‘식사 중’이라거나 ‘잠시 외출’같은 메모를 놓고 가요.”

한편으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감시당하는 게 불만이지만 자신도 아내를 감시할 수 있어 제로섬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늘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전화는 안쓰게 되네요. 디지털이 사무실 환경도 조금씩 바꾸는 거지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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