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갤스턴교수 "인터넷시대 새공동체는 자발적 공동체"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결속을 조화시키는 것은 현대사회의 공통적인 문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공동체는 강제성이 배제된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공동체의 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공공정책대학 윌리엄 A 갤스턴교수는 최근 자율과 평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공동체를 현대사회의 대안적 공동체로 제시하는 논문 ‘인터넷은 공동체를 강화하는가?(Does the Internet Strengthen Community?)’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갤스턴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공동체를 모델로 한 “‘자발적 공동체(voluntary community)’ 패러다임은 개인의 자율과 사회적 결속을 묶을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입회 및 탈퇴의 낮은 장벽, 그리고 계급적 권위나 강제보다는 상호 적응으로 형성된 인간 관계 등 자발적 공동체의 특징은 바로 이상적인 공동체의 주요 요소”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공동체가 실제로 이런 바람직한 공동체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입회와 탈퇴가 용이한 인터넷의 온라인 그룹이 이상적인 공동체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와 본래의 동질감이 변할 때 공동체는 큰 변화를 겪는다. 이런 경우 기존 구성원에게서는 ‘탈출(exit)’과 ‘주장(voice)’이라는 두 가지 방식의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탈출’이란 구성원이 기존 공동체를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새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고, ‘주장’이란 기존 조직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동의 비용이 적은 온라인상에서는 ‘탈출’이 쉽지만, 이동 비용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는 ‘주장’의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성격의 구성원들이 함께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발전한다는 점에서 ‘주장’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갤스턴교수는 “소규모 그룹의 확산과 공존을 위한 구조의 약화는 인터넷만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공통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한 공동체에 필수적인 공통 규범이 온라인 그룹에서 훈련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지적된다. 그런데 갤스턴교수는 “실제로 온라인 그룹들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규범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수많은 시행 반복과 도덕적 설득, 위반자에 대한 그룹의 처벌 등을 통해 규범을 만들고 이런 사회화의 적응 훈련은 곧 현실사회에서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편 ‘관심(interests)’에 따라 형성된 인터넷상의 유대는 공동체의 상호 의무와 책임감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상호간의 의무감 약화 역시 현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갤스턴교수는 “우리 사회가 공공의 윤리나 가치관 없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온라인 그룹이 이런 가치를 강화할지 약화시킬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The Report’ of the Institute for Philosophy and Public Policy at the University of Maryland, Vol.19, No.4 참조-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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