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70萬고객 돌파… 인터넷銀은 걸음마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주식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트레이딩에 이어 ‘인터넷 뱅킹’의 열기가 뜨겁다. 일부 선발은행의 사이버대출 승인율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외국에서 전해오는 ‘무점포 순수 인터넷은행’의 성공사례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 중.

그러나 국내에서 순수 인터넷은행은 지분제한 및 설립기준 등에 묶여 검토단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자거래 활성화 방안도 보안 및 소비자보호 등에 치중하는 실정.

▽영국 에그(Egg)뱅크의 성공〓98년 10월 설립된 에그뱅크는 점포와 ATM 단말기 없이 인터넷상에서만 영업하는 사이버은행. 본사 사옥도 땅값 비싼 런던을 피해 더비에 세웠고 전국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수는 1500명에 불과하다.

에그뱅크가 다른 은행보다 1.5∼2.0% 높은 예금금리를 내세운 것은 이같은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예대마진보다는 고객기반을 늘려 수수료 수입을 올리자는 전략에 따른 것.

에그는 설립 1년만에 예금자수 70만, 수신고 70억파운드(13조원)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고 신용카드 시장에도 진출, 15만 회원을 단번에 확보했다.

▽국내 인터넷뱅킹 열기는 뜨겁지만…〓국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에 대해 금리 및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조흥 국민은행이 인터넷뱅킹의 물꼬를 튼 이후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고객은 대략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사이버대출 신청이 전체 대출신청의 70%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달 사이버대출 승인율은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은 예금조회 계좌이체 대출신청 등에 치중하는 초보단계. 대출의 경우 신청은 인터넷으로 받지만 실제 창구에서 한번쯤은 ‘대면접촉’을 하면서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서명인증제도가 미비한 탓이다.

▽국내의 순수 인터넷은행〓금융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신용금고 중에서 ‘1호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과 달리 소유지분 제한이 없고 설립에 필요한 최소자본금이 서울의 경우에도 60억원(시중은행은 1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

여기에 서민금융기관 확충 차원에서 정부가 현 주민등록거주지로 국한한 영업제한을 점차 해제할 것으로 보여 사이버뱅킹을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벌계열 신용금고는 LG증권이 대주주인 부민상호신용금고가 유일하다.권재중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금융업 겸업화 추세를 볼 때 어느 금융기관을 소유하더라도 다양한 금융업을 할 수 있다”며 “진입이 자유로운 상호금고가 이같은 추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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