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피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인찬박사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국내 벤처 열풍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현상이 아닙니다. 30년간의 투자가 그 결실을 맺은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정보통신부의 씽크탱크로 알려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이인찬(39)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불고있는 벤처 열풍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린다. 일부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인터넷 열기가 한국 고유의 ‘빨리빨리’ 문화 내지 유행에 민감한 경향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지만 그는 이를 부인한다.

이박사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KISDI내에서도 알아주는 벤처 전문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96년 KISDI에 정착해 4년째 벤처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이박사는 벤처 열풍을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장악해온 경제발전의 주도권이 인터넷과 정보기술(IT)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다른 교육열과 정부의 집중육성이 지금의 디지털경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인재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실무 지식을 축적해 벤처창업 대열에 대거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의 벤처열풍이 이같은 교육열과 구조조정, 저금리 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 한꺼번에 표면화했다고 분석한다. IMF시대의 도래는 대기업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에 집중됐던 인재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과 IT방면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것. 또한 담보없이는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IMF하의 저금리 상황이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자금조달이 수월해진 점도 벤처 열풍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그는 평가한다.

이박사는 또 벤처에 대한 잘못된 관념에 대해 지적했다. 벤처와 제조업체를 다른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

“벤처하면 인터넷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국내 벤처의 4분의 3이 제조업체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벤처 대신 스타트업(Start-Up) 즉 성장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크게 보면 벤처와 대기업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02-570-4340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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