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사이버민주주의' 회오리…후보자도 인터넷 활용

  • 입력 2000년 1월 23일 19시 12분


기득권 챙기기와 근거 없는 모함, 고함소리 등 구태의연한 행태로 비판받는 정치세계에도 사이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새천년 들어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인 4·13 총선을 앞두고 ‘문제있는’ 정치인을 퇴출시키려는 시민단체(NGO)의 낙천·낙선운동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상황. 김대중 대통령이 NGO를 지지하고 나서자 NGO의 선거운동을 금지해온 선거법 87조도 개정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정치판이 이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인터넷의 파괴력도 한 몫 하고 있다. 힘을 합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똘똘 뭉치면서 사이버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형태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

▽사이버 민주주의 1번지, 총선연대 웹사이트〓이달 12일 개설된 총선연대 인터넷홈페이지(www.ngokorea.org)에는 변화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총선연대는 참여연대 환경연합 한국여성연합 녹색연합 등이 주도해 전국 500여개 NGO가 참여한 연합체. 개설 이틀만에 방문자수가 1만7000명을 넘어섰으며 10명 돌파가 임박했다. 공천반대 의원 명단이 24일 오전11시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리얼타임 여론조사와 최신 총선뉴스, 유권자 참여코너는 물론 현역의원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네티즌의 파워를 한층 강화시켰다는 평. 한 관계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온 20, 30대 젊은 네티즌층이 인터넷과 정치가 접목하자 빠르게 정치화하고 있다”면서 “4·13 총선은 네티즌 여론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C통신과 인터넷포털사이트의 토론방에도 낡은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다.

▽사이버 정치화는 세계적인 대세〓미국에선 이미 96년 대통령 선거 때 사이버정치가 본격 개막했다. 후보자와 선거상황이 인터넷을 통해 상세히 유권자들에게 전달됐으며 전체 유권자의 70%가 네티즌으로 추정되는 올해 대통령 선거 때는 네티즌 파워가 더욱 커질 전망.

유권자는 인터넷상에서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후보자들은 홈페이지 개설과 사이버 모금 등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인터넷을 합리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관련규정 개정 움직임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정보 과신은 금물〓정치판에 변화를 몰고오는 인터넷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익명성에 따른 무책임한 언행이나 목적의식을 띤 여론조작 등이 바로 그것.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사이버공간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100% 믿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이미 경실련이 공개한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일부 잘못된 정보가 있어 혼란이 빚어졌으며 정치인들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포스닥(www.posdaq.co.kr)에도 특정 후보의 순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작전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 ‘…했다더라’식의 루머는 반드시 걸러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 PC통신 유니텔 김한준 대리는 “사이버 민주주의의 정착 여부는 네티즌들의 책임있는 행동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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