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은 지구의 「생명방패」…없어지면 생명체 멸종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9분


‘지구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이 사라진다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만한 상상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이나 오존 자기장 등과 같은 보호막이 없다면 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 소용돌이가 지구를 강타하고 인간은 지하로 대피한다. 꽁꽁 얼어붙은 땅 위에는 생명의 흔적이라곤 풀 한포기 없고 황량한 먼지바람만 날린다….

태양풍 등 외계광선과 전류 등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지구 자기장의 힘이‘제로’로 떨어진다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우울한 상상이 현실로 될 수 있다. 물론 까마득히 먼 미래의 얘기이겠지만 지구의 자기력은 실제로 약화되고 있다. 지구는 언젠가는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최근호는 대부분 지역에서 자기력이 지난 1백년 동안 1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커뮤니티 컬리지’의 리차드 브릴 지질학·지구물리학교수는 “지구 자기장은 강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1천5백년 후에는 ‘제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지구의 자기장이 없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빙하시대를 예측할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태양풍등 각종 전기입자들이 대기권에서 수증기와 합쳐져 짙은 구름을 만들고, 이 구름은 태양열을 차단해 기온을 낮추기 때문.

각종 통신기구들도 무용지물이 된다.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입자들로 인해 ‘반알렌대’와 같은 전리층에 큰 변화가 일어나 장거리통신은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피해는 지구생물의 세포조직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점. 현재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력선은 일종의 ‘방패막’을 형성, 각종 방사선을 차단해주고 있다. 이 자기력선은 지구에 도달한 방사선입자를 대부분 소멸시키는 데 극지방에서 오로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방사선입자와 공기가 충돌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자기력선이 없어지면 피부조직에 엑스레이를 그냥 쬐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모든 생물이 약화되거나 심하면 멸종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자기력의 약화는 자기장의 역전(逆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구 자기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구 자기장은 막대자석처럼 북극과 남극을 양극에 가지고 있는데 이 양극이 서로 뒤바뀌는 현상이 자기장의 역전이다. 원인과 주기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다. 단지 대략 50만년에 한번 꼴로 자기장의 역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가장 최근에 역전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78만년전.

자기장의 역전이 진행되는 동안 지구는 무극성 상태가 된다. 지질학적인 시간개념으로는 ‘상당히’ 짧은 기간인 1만년동안 역전이 일어나면서 많은 생물이 멸종하거나 쇠퇴하는 것으로 보는 과학자들이 많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는 지구의 신비. 자기장의 변화를 알 수 있을 때 그만큼 신비도 풀릴 것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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