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도「구조조정」…「멋내기」말고 꼭 필요할 때만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난세에 남자는 칼을 갈고 여자는 거울을 본다’고 한다. 각박해진 세상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결국 ‘실력과 외모’뿐이라는 얘기. ‘거울보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성형수술은 IMF시대에 ‘성업’중일까?

“성형수술에도 ‘멋내기’ 거품이 빠지고 꼭 필요한 사람 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명동 이강원성형외과원장(02―775―6711)의 얘기다. 최근 이 곳을 찾는 고객은 IMF한파 직전인 지난해 10월에 비해 20∼30% 줄어든 상태. 손님이 절반이하로 준 의원도 있다. ‘수요’에 따라 진료비의 등락이 심한 성형외과의 성격상 수술비가 10∼30% 싸졌다.

고객의 구성도 달라졌다. 과거 고객의 절반을 차지하던 30, 40대가 전체의 10%정도로 뚝 떨어졌다. ‘10%’도 커리어우먼이나 직장남성이 대부분.

이원장은 “특히 남편의 벌이에 의존하던 주부고객이 격감했다”면서 “주부들이 주로 하던 안면주름제거 지방흡인 유방성형 등의 시술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원장은 또 “직장여성과 남성이 ‘외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면주름제거수술 눈꺼풀올리기수술 등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취업적령기의 남녀 고객은 증가하는 추세. 김수진씨(24)는 “날카롭게 보이는 눈매와 굵은 종아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취업전쟁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성형수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0대 고객도 줄지 않았다. 대입 재수생 딸의 각진 턱을 깎아주려고 병원을 찾은 안명숙씨(45·주부·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힘든 세상을 살아갈 딸로부터 ‘인물 때문에 손해봤다’는 원망을 듣고 싶지않다”면서 “몸매는 괜찮은 만큼 대학의 연예관련학과를 졸업해 연예계에 진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원장은 IMF시대의 성형수술에서 유의할 점으로 △평소 고민해온 부위나 흉터만 성형할 것 △유행에 따라 충동적으로 성형부위를 선택하지 말 것을 꼽았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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