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社 레이컴,무선 랜카드「키96」 지구촌 점령 채비

  • 입력 1998년 3월 2일 08시 10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매장. 물건을 사러온 상인들의 손에는 노트북PC가 하나씩 들려 있다. 이 노트북에 경매가를 넣으면 순식간에 낙찰가가 결정되어 전광판에 흐른다.

이 마술같은 광경은 바로 노트북에 들어간 무선랜(LAN)카드 장비 때문에 가능한 것. 이 카드가 노트북의 데이터를 무선으로 경매가 집계 컴퓨터로 보내준다.

‘키96’이라는 이 PC카드는 중견벤처기업인 레이컴(0446―879―3195)이 지난해 4월 첫 시판한 제품. 국내에선 아직까지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불티나게 잘 팔리는 히트상품이다.

레이컴은 97년4월이후 9개월동안 6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키96은 미국 이스라엘 등지의 동종 업체가 내놓은 제품보다 값이 반이상 싸고 세계 최초로 카드와 안테나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해외업체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올해들어 수출량이 급속히 늘어 불과 2개월만에 지난해 매출액보다 더 많은 6천3백만달러어치나 팔았다.

충북 음성 레이컴의 카드생산공장. 이 회사 자매사인 CTI그룹(대표 김훈·金勳)의 CTI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24시간 내내 불꺼질 틈이 없다.

반도체공장은 매달 8백만개의 고주파(RF)칩을 쏟아낸다. 손톱 크기보다 작은 갈륨비소반도체칩은 개당 4∼25달러에 팔리고 있지만 그나마도 물량이 달리는 형편. 이 칩중 일부는 레이컴의 무선랜카드 키96의 핵심부품으로 들어가 제품값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도 이 회사 임직원에겐 그저 딴 나라 얘기인 것만 같다. 연간 500%의 고도성장업체로서 생산량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일손이 늘 부족한 형편이다. 레이컴은 키96 개발로 지난달 24일에는 국립기술품질원으로부터 NT마크를 받았다. 즉 신기술 상품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출상담차 주로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훈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벤처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자”고 강조한다.

〈음성〓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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