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달 「의료대란」우려…진단시약-주사기등『바닥』

  • 입력 1998년 1월 9일 20시 16분


다음달부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검사인 혈액검사나 요검사조차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환율폭등으로 인한 의료용품 수입 및 공급 차질이 두달째 계속돼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진단시약 재고가 마침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이 최근 S, K, J병원 등 서울시내 3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병원의 진단시약이 이달 말을 고비로 바닥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의료용품도 사정은 마찬가지. 핵의학 검사용 동위원소, 일회용 주사기, 수술용 장갑, 봉합사, 거즈 등 진료에 반드시 필요한 용품의 공급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형병원이라도 아무리 버텨봤자 2월 말이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2월 의료 대란설’을 거론했다. 이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도 점차 피부에 바짝 와닿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의 A종합병원에 입원중이던 환자들은 병원측이 고가 의료장비의 사용 자제를 위해 치료방사선과를 폐쇄하는 바람에 변두리에 있는 계열병원을 왔다갔다해야 했다. 중소규모 병원과 지방병원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강원도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모씨(35)는 이달 초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긴급구조 요청을 했다. “돈이 있어도 일회용 주사기를 구할 수 없어 환자를 곧 돌려보내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이같은 실정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이 정도는 서막에 불과하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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