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며 정보 송-수신,「입는 컴퓨터」시대 온다

  • 입력 1998년 1월 7일 09시 12분


팔뚝에 찬 시계 모양의 초소형 TV에선 최신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선글라스처럼 생긴 디스플레이 화면에선 ‘우회전’ ‘직진’ 표시가 방향을 일러준다. 인터넷 전자우편은 귓속에 숨겨진 수신장치로 ‘듣는다’. 배터리 걱정도 옛말. 걷기만 하면 신발에 붙은 발전기에서 전류가 무한정 만들어진다. 전류는 전도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타고 몸에 부착된 각종 장치에 전달된다. 불과 몇년 후에는 이런 사이보그족(族)을 거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른다. 바로 인간과 컴퓨터가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다. 컴퓨터가 마치 옷처럼 되는 시대, 바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시대가 멀지 않았다. 컴퓨터의 크기가 아무리 작아져도 작업할 때마다 책상에 앉아야 한다면 여전히 불편하다. 그래서 걸어다니면서도 작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입는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 이곳 연구진은 이미 몇년째 컴퓨터를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고 있다. 머리에 쓴 고글과 손에 든 키보드, 등에 멘 초소형 컴퓨터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키보드 모니터를 비롯한 입고 다니는 컴퓨터 주변 기기는 이미 대량생산 단계에 있다. 선글라스형 모니터를 개발한 마이크로옵티컬사의 마크 스피처 회장은 “컴퓨터 기기들을 인간의 몸에 직접 달고 다니는 시기가 수년내에 온다”고 장담한다. 휴대전화나 호출기처럼 보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 그러나 ‘입는 컴퓨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아직 겉모습에 감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멋지지만 과연 어디에 쓸까’라는 의문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92년 한 손으로 조작하는 무게 1백g의 초소형 키보드 ‘트위들러’를 선보였던 핸드키사의 이안 린톨트 부사장은 “한달에 40개 이상 생산할 채비를 이미 갖췄다”고 밝혔다. 여러개의 자판을 동시에 누르는 방법으로 숙달되면 한 손으로도 1분당 2백타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최근 MIT 미디어연구소에서는 입는 컴퓨터를 이용, 인간의 감정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보려는 연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센서가 달린 장신구로 인간의 생리적 변화를 포착하려는 시도다. 사용자의 혈압을 표시해주는 귀고리나 피부의 변화를 감지하는 반지 팔찌 등이 주 연구대상. 연구 책임자인 로자린드 W 피카드교수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전 단계”라고 밝혔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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