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또 걸렸구나」.
삼성전자의 L이사는 사내 전자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을 보자마자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가장 결재가 더딘 톱10에 또 뽑혔기 때문이다. 옆 부서는 베스트 톱10에 선정되어 부서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은 삼성전자가 7월부터 「사무혁신」이란 사내 정보화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벌이면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자메일 결재는 24시간내에 처리하기, 종이문서 없애기, 결재판 수거하기 등이 사내 모든 부서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두 차례 불명예를 겪은 L이사도 요새 「컴맹은 더이상 회사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컴퓨터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도입에 따라 과거 서류결재를 위해 존재했던 「결재판」을 대부분 수거해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회사 고객지원본부의 경우는 결재판의 80%인 6백30개를 이미 없앴다. 네트워크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삼화사업장은 문서캐비닛 1백44개와 보관문서의 42%인 7백7개의 문서철을 폐기해 사무실 공간도 넓히고 비용을 5천만원이나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국내영업본부에 소속된 임직원은 연말까지 사내 정보화자격증을 100% 취득하겠다고 최근 결의하고 외근사원일지라도 노트북PC를 갖고 다니며 컴퓨터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서별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스터디 그룹이 자발적으로 생겨나 업무 전후 시간을 활용해 컴퓨터익히기에 몰두한다.
최창수(崔昌秀)시스템영업사업부 이사는 『20여년전 입사할 당시에는 팩시밀리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고 회고하며 『사내 정보화 열풍에 정작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는 사람은 컴맹 임원들』이라고 말했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