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새풍속도]『컴맹은 필요없다』 생존 위기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A식품 영업부 김모부장(45)은 요즘 부하 직원들의 눈길이 왠지 따갑다고 느낀다. 실적관리 보고서를 작성할 때면 항상 부하직원을 불러 손으로 작성한 초안을 넘겨주며 컴퓨터에 입력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 직원들의 얼굴에는 이제 성가시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A식품은 1인 1PC 방침에 따라 지난해 부장급 이상에게 컴퓨터를 지급했다. 김부장은 처음엔 「영업만 잘하면 그만이지 컴퓨터는 무슨…」이라며 여유를 보였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관리부서는 전산교육 이수가 고과에 반영되는데 영업부서까지 대상이 된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부사장이 간부들에게 수시로 E메일을 보낸다는 말을 들으면 등에 식은땀마저 난다. 사내 정보화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면서 「컴맹」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컴퓨터를 모르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초라한 직장인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개인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94년 B건설은 부랴부랴 전화안내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분양정보와 당첨자 발표, 중도금 관련 정보, 하자보수 접수 등을 전화로 자동 해결한다. 분양안내가 나가는 다음날부터 주택사업부 전화가 불통되던 사태는 씻은듯이 사라졌다. B건설이 이 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경쟁업체인 C산업 때문. C산업은 1년전인 93년부터 이를 사용했다. C산업은 전화안내원을 따로 두지 않았고 인건비 절약 효과 등으로 8개월만에 설치비 3천만원을 뽑았던 것. 눈을 밖으로 돌리면 더 심하다. 80년대 세계 최대규모의 소매유통기업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K마트는 90년대 들어 월마트에 추격을 당한뒤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K마트가 유통의 황제 자리에서 밀려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보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때문. 월마트는 정보시스템과 POS체제를 도입해 매출액 대비 비용률을 18%로 낮췄다. 반면 K마트는 이를 등한시하는 바람에 이 비율이 22%가 넘었다. 한국정보문화센터 백석기(白晳基)원장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보화시스템에 제대로 발맞춰 나가지 못하면 갈수록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진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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