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모든 정책을 결정짓고 연줄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부실공사가 아닌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고 정권을 잡기 위한 음모가 도처에 가득하다.
게임자가 주인공이 되어 역경을 헤쳐 나가는 형식의 롤플레잉게임(RPG·Role Playing Game)형식의 「안타라의 배신자」는 한때 번성했지만 지금은 구석구석 썩어빠진 안타라왕국의 재건을 이루려는 두 여행자의 얘기가 줄거리를 이룬다.
안타라왕국의 어느 해변. 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는 젊은 귀족 윌리엄이 하늘을 나는 커다란 괴물의 공격을 받고 있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이 마을 여인숙집 아들 애런은 윌리엄을 도우려 괴물을 향해 몸을 날린다. 눈 깜짝할 사이 애런은 자신도 모르게 손 끝에서 강한 에너지를 발사해 괴물을 산산조각 낸다.
조그만 시골 소년의 재능을 알아본 윌리엄은 그에게 『함께 마법사가 되자』고 설득한다.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놀란 애런은 조용한 시골생활을 뒤로 한 채 마법을 익혀 조국을 되살리기 위해 윌리엄과 함께 길을 떠난다.
이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의 모습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처리되는 전투장면에서만 볼 수 있다. RPG는 오랜 시간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주인공의 실력이 향상되고 게임자도 더불어 「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이 게임에서 윌리엄과 애런은 괴물과 대결을 거듭하면서 싸움 실력을 쌓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법사가 되는 것. 마술실력을 기르기 위해 우선 마법에 대한 지식과 응용법을 익히고, 그 마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훈련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국가의 장래를 짊어지기 위해 기초부터 응용까지 철저히 공부하는 것.
CD 3장에 이르는 웅장한 스케일과 개성적인 인물들의 성격, 수준높은 대화 내용과 교묘한 사건전환이 돋보이는 작품. 곱게 다듬어진 서정적 그래픽과 뛰어난 음향처리는 기막힌 시나리오와 더불어 「안타라의 배신자」를 「디아블로」에 필적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동서게임채널. 4만9천원.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