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새풍속도]PC몰입 「늦깍이 사장」 는다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05분


대우자동차 1백여명의 임원들은 요즘 뒤늦게 컴퓨터 배우기에 한창이다. 지난 1일부터 사무실내 전산체제가 정비되면서 양재신(梁在信·55)사장이 『앞으로 종이로 된 보고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50대 들어 독학으로 편집 프로그램은 물론 인터넷 검색과 수식처리 프로그램까지 마스터한 양사장의 회의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요즘 세상에 아직도 종이뭉치를 들고다니느냐』란 질책을 들을 게 뻔하다. 이 회사 정광택(鄭光澤)이사는 『출장때마다 들고다녔던 구형 노트북 컴퓨터를 최근 최신형으로 교체해드렸더니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며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최신 정보와 아랫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체크하기 때문에 컴퓨터속에서 「현장경영」을 실천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양사장처럼 늦깎이지만 상당한 수준에 오른 「PC경영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회사내 전산화작업을 책임진 정보담당임원(CIO)과 달리 이들은 대개 PC에 문외한이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나이에 PC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이 공통점. 회계사 출신인 정장호(鄭壯晧·56)LG텔레콤사장은 평소 거의 모든 서류를 직접 PC로 작성한다. 비록 두손가락을 이용한 「타법」이지만 미국에 유학간 두아들과 인터넷 메일을 나눌 정도로 자판을 빨리 두드린다는 게 직원들의 목격담. 정사장은 LG정보통신사장 시절엔 과장급 이상 전 간부들을 한달동안 현업에서 제외시켜 PC교육을 시킬 정도로 PC예찬론자다. 중소업체인 서울광학 변재관(卞在觀·64)전무는 순전히 PC때문에 40여년만에 영어공부까지 다시 시작한 케이스. 92년 컴퓨터학원에서 도스와 로터스프로그램을 배웠던 변전무는 지난해 인터넷카페를 출입하면서 일본어 뉴스를 접하게 됐다. 그러다 영어권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량에 욕심이 생겨 최근엔 하루 2시간씩 영어 독해학원을 다니며 「정보항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김병국(金炳國)LG―EDS 상무는 『최고경영자들은 정보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한 넓은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PC나 전자메일을 능숙하게 활용한다면 사내 정보화는 훨씬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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