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독일 전천후 채소공장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알베르스돌프〓李龍水 편집위원」 북해에서 가까운 독일의 알베르스돌프란 조그마한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그루네 피」 식물공장. 스산한 날씨에 간혹 빗발이 흩날리는 북유럽 특유의 초겨울인데도 온실안은 봄처럼 따뜻하고 밝다. 3천평 온실공장 한쪽에는 자동기계가 쉬지 않고 상추를 파종하는가하면 바로 돌아선 뒷자리에는 시장 출하를 위해 먹음직하게 자란 상추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나와 포장대에 올려지고 있다. 4명의 마을 아낙네들이 이를 포장하는 손길이 바쁘다. 겉보기에는 우리네 시골농가에서 볼 수 있는 비닐온실 6개가 붙어 있는것 같다. 그러나 내부는 하나로 열린 3천평 넓이의 식물공장이다. 식물체의 이동 파종 온도 습도 광도 및 탄산가스 등을 자동조절하는 컴퓨터가 이 공장을 거의 운영하다시피하고 있다. 사람이라고는 원예에 대한 마이스터(기능장)자격을 가진 공장장과 기술자 한사람 그리고 사무원 1명 및 수확때 이를 포장하거나 포기가름을 하는 4명의 인부가 고작이다. 이런 식물공장의 모습은 스웨덴의 엔스타베르가에 있는 스웨드포닉 채소공장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에서 벨트라인을 따라 제품이 줄줄이 나오듯 이곳 식물공장에서도 매일 줄줄이 상추가 쏟아져 나온다. 공장문을 들어서면 멸균된 피트모스(덜 썩은 이끼류의 일종)를 지름 12㎝의 작은 플라스틱화분에 담는 자동화기계가 사람을 맞는다. 이 플라스틱화분은 한개의 묘판에 54개씩 담겨져 소독된 상추 씨앗 3개씩을 정확히 심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그 다음 이 묘판은 싹이 트고 잎이 날때까지 공장안의 재배장으로 옮겨진다. 모든 욺김은 자동벨트에 의해서 조절된다. 적당한 온도와 햇빛 습도로 싹이 트고 잎이 2장정도 나면 각 화분은 식물이 수확할 때까지 자랄 수 있는 재배조(길이 11m)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 작업만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다. 아주심기부터 수확장까지의 거리는 1백m. 여기까지 상추가 옮겨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일 정도다. 씨앗을 뿌리고 포기가름을 하고 수확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42일. 상추가 생육되는 환경은 철저하게 인공으로 조작된다. 우선 햇빛은 가능한 자연광을 이용하지만 햇빛보기가 힘들고 일조시간이 짧은 북부유럽의 채소공장은 자연히 인공광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 햇빛이 밝은 날은 창가리개가 빛의 양을 조절하고 햇빛이 약하거나 없는 날은 인공광원인 나트륨등이 이용된다. 빛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탄산가스의 양이다. 이것은 빛과 함께 탄소동화작용을 하는데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대기중의 탄산가스의 농도은 3백PPM이지만 이 공장안의 탄산가스의 농도는 최저 5백PPM에서 3천PPM에 이른다. 탄산가스가 많으면 식물의 생장이 빠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탄산가스의 농도가 5백PPM이하가 되면 부탄가스를 태우는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돼 탄산가스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 영양공급도 마찬가지다. 보통 식물은 땅속에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지만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인공영양액에서 양분을 섭취한다. 부족한 영양소는 양액정보컴퓨터에 의해 조절돼 다시 보충받으면서…. 습기는 늘 70∼80%를 유지하고 있고 온도는 섭씨 20도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수확은 일주일에 5일씩하며 하루에 수확하는 양은 9백60상자. 12포기들이 한상자의 값은 도매값이 0.82마르크로 우리돈으로 4천5백원정도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그 값이 거의 배로 뛴다고 공장장인 번드 레베케시(35)는 말한다. 이 공장은 1992년초에 문을 열었다. 초기 투자비는 5백만 마르크(27억5천만원). 투자비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북부유럽지역에서 이런 공장이 차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 공장을 안내하며 소개한 훔볼트대 버나드 가이어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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